굿10 여자의 패션을 빼앗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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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복고풍이 유행한 이후, 여자들의 패션은 계속해서 '여성적'이 되어간다. 여성적이라고 함은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몸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실루엣을 추구하는 것,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먼 예쁜 악세서리들을 알록달록 매달고도 즐거워하는 것을 말한다. 공주풍 의상이나 비즈공예 악세서리들은 그 대표적인 예다.
90년대에 일어난 복고풍은 명시적으로 80년대의 '워킹걸'들에 대한 반란이었고, 어디까지나 남자들 틈에서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뻥튀기한 넓은 어깨에 대한 지겨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복고풍 유행은 70년대에서 80년대로, 아예 50년대로 맘대로 거슬러 올라가 버리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 일치한다. 즉, 당분간은 커다란 어깨뻥을 구경하기가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요즘 여성 패션은 남성적인 모습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반대로 남자의 패션은 지금 한창 여자들의 특권을 빼앗아오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염색이나 귀걸이 같은 건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한참 대표선수였던 헤어밴드에서 더 나아가 머리핀이 왜 안 나올까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눈썹정리를 하고 화장을 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몸매관리 못지 않게 피부관리에도 신경쓰는 요즘 남자들은 회사에서도 반바지를 입고 결혼한 후에도 노랗게 탈색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는 치마 입을 권리가 없다. 여자는 바지 입을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 바지를 입을 권리는 일할 권리, 사회적인 노동을 인정받고 자기 재량껏 자유를 누릴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치마를 입을 권리는 자기의 色을 발현할 권리다. 미감을 충족하기 위해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는 여유를 반드시 가져야 의미가 있는 권리. 경제적인 동물로 낙인 찍혀 자기 색을 가리우고 무엇이든지 숫자로 나타내 보여주어야 하는 '불쌍한' 남자의 처지로서는 감히 주장할 수 없는 권리다.
그래서 만약 치마를 입는 남자들이 나타난다면 요즘 같은 때는 여성해방 투쟁 백번 한 것보다 더 나은 사회적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자가 매일 아침 치마와 바지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듯이 남자 역시 선택할 수 있다면, 똑같이 균형을 중요시하는 섬세한 인간이기를 기대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면, 인간은 전체적으로 지금과는 아주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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