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금발] [미구엘/미셀] [넘버원이 되는 법] 98부산영화제 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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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이어서 말린입니다. 좀 많이 늦었죠? 추석이라고 어찌어찌하다보니... 둘째날과 세째날의 이야기입니다. 코드전환 엔터
둘째날은 영화를 하나만 보았다. 영화제 초반엔 주말인데도 그다지 인기작을 몰아넣지 않고 띄엄띄엄 있어서, 토요일은 그냥 하나만 보게 됐다.
[멋진 금발]
-경고: 이 영화를 앞으로 보실 분은 이 부분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줄거리가 많이 나오거든요-
순전히 [망각의 삶]을 만든 톰 디칠로가 이번엔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할까나 하고 일찍부터 예매를 서두른 영화였다. 그런데 끝까지 매진이 안 되다니,,, 약간은 아쉬운? 생각마저 들었다. ^^;
여기서 사랑이라는 끈으로 묶어지는 두 커플은 상당히 다르다. 하나는 우리가 미국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사랑해서 같이 사는 커플, 오랫동안 경제난과 생활고와 싸우다보니 애정의 위기를 맞이하는 커플이고, 또 하나는 도저히 커플이라고 할 수 없는 시작으로 여자의 일방적인 애정에 의해 어설픈 결합에 도달한 경우다. 속옷 모델로 할동하는 이 열아홉짜리 금발머리 여자는 DEPRESIVE 향수 모델로서 적합한 우울한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이 여자는 진짜 금발 미녀를 추구하는 바람둥이 남자배우에게 빠져버리는데, 이 남자는 염색금발인 이 여자를 떼버리고 진짜 금발인 여자배우와 즐기지만, 자기보다 더한 바람둥이인 배우 여자에게 버림을 받고서야 사랑의 가치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서인지 모델 여자에게 돌아온다. 이 모델여자가 롤러스케이트 타다가 팔꿈치에 찧였다고 변명하며 시퍼렇게 멍든 눈으로 촬영을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난 사랑에 빠졌어요'를 외치며 행복을 향해 헤쳐나가는 모습은 왠지 '정상적인 문제를 가진 주인공격 커플' 사이에 중립적인지 냉정한지 모르게 조금씩 껴들은 단편들로서도 아프고 공감이 가면서도 혀를 차게 만드는 것이다. 결혼을 한다지만, 과연 이 여자는 원하던 걸 얻은 건지, 알수 없다.
늘 이렇게 재미난 것은 전혀 바람직하거나 하다고 할 수 없는 바보짓으로도 어떤 인생은 행복을 느끼며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시각이 냉소적이지도, 동조적이지도 않을 때 관객은 미묘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된다. 이것이 바로 감독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톰 디칠로는 [망각의 삶]에서부터 여지없이 보여주던 '심각하지 않은 삶의 뒤틀기' 수법에 걸맞게 감정이입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영화의 재미난 장면으로 '정상적인' 커플 각자가 일상의 무기력을 탈출하는 '상상' 장면이 있는데, 거의 이것이 상상이라는 인가를 내려주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은 깜빡 속으면서 빨려들어간다. 디칠로답군, 하고 감탄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것이 상상으로서, 현실과 다른 것이라고 제껴버릴수는 없어진다. 그 상상은 현실과 등가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그 어설픈 커플에게는 이런 장면이 없다. 관객은 한번도 그들의 입장에서 느끼려고 들지 않는다. 분명히 남자친구에게 얻어맞았을 그 어린 여자의 사랑과 행복감에 오, 그래? 하며 축하의 말을 던져주는 메이컵 아티스트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나의 마음도 그랬다. 그런 뻔질이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목을 매는 건진 영 알수 없지만, 다 자기 인생이고, 아직 어리니까 좀더 크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 하는 강건너불구경식 남의집일 염려였다. 완벽한 해결을 보는 주인공 커플의 해피엔딩과 함께, 돌아온 강아지의 감동과 함께, 약간의 걸리적거림으로서 이 커플의 행복한 결말은 계속 두뇌 어딘가에 남아있다.
토요일날이라고 부산대쪽으로 클럽을 가보았다. 그런데, 영화제 때문인지 무척이나 한산한데다가 또다른 일정으로 별로 즐기지를 못해서 아쉬웠다. 우리가 간 곳은 몽크였고 에브리 싱글 데이가 공연을 했다. 서울에서 잠깐 봤을 때는 좀 발라드스러워 보여 별관심이 없었는데, 그날 본 모습은 아주 여유만만하고도 즐거운, 활기찬 밴드였다. 괜찮았다. 어쨋거나 길에는 사람들이 꽉꽉 차서 꼭 서울 신촌이랑 이대를 짬뽕해놓것 같은 동네였다. 지하철이 서울과는 달리 2분 간격인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1량이 휠씬 길다.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다 깜짝 놀랐는데 자그만치 9명이 한 의자에 앉아있는 거다. 그리고 앉아보니 맞은편 사람의 다리가 아주 가까왔다. 서울보다 20센치 정도는 폭이 좁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예상보다 휠씬 빨리 가니까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아침은 일찍부터 다짐을 하고 잠에 들었건만 역시 8시가 넘어서야 이것저것 준비를 끝내고 호텔을 나올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꿈에 부풀어 부산극장 예매처 앞에 갔을 때는 이미 좍 줄을 선 관객들로 만원... 흑흑... 당일예매는 결국 한 장 건졌다. [사후] 보고싶었는데... 어쨋거나 모두다 [넘버원이 되는 법]을 볼수 있게 됐다.
[미구엘/미셀]
아무래도 [찜]의 안재욱을 연상시키는 얼굴과 상당히 남자다운 몸매의 주인공 때문에 계속해서 올라오는 닭살과 신음소리를 자제하기가 어려웠다. 으으-. 물론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춥기도 했지만. 여자라기엔 너무나 어색한 몸매와 태로 관객을 긴장시킨 이 배우는 아마도 그냥 남자배우가 아닐까 싶다. 설마 진짜 게이는 아니었을거다. 배우가 너무 이미지가 딱 들어맞지 못하고 어색해서 영화 전체가 따라 어색하긴 했다.
그러나 어색한 배우, 너무나 이해를 잘 해주는 소신있는 가족, 친구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뭔가 따듯하고 즐거운 것이 있었다. 구제도와 반대로 가는 첨단에 선 성전환자가 고향에 돌아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의 인정을 받고싶어하는 것,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는 것, 그 엄청난 팔뚝에도 불구하고 헤꼬지하려드는 남자들에게 감히 대항을 못하는 여자다움 속에 갇혀있는 것, 여자가 되어 돌아온 친구를 위해 애써주는 마을 신부의 모습들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듯 하면서도 어울려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단지 여자이고 싶을 뿐인 성전환자 여자의 약한 모습과 어린 치기에도 그냥 용서가 되는 것은 그가 여느 착한 사람일 뿐이기 때문인거 같다.
외쳐대는 영화보다는, 역시, 못생긴 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더 아름다운가 보다.
[넘버원이 되는 법]
영화는 두 개 이야기로 나뉜다. 첫번째 이야기가 '몰살'로 끝나고 다시금 주인공들이 시침 뚝 떼고 살아나와 처음을 되풀이할 때, 난 이거 원 또 요즘 유행하는 펄프픽션식 겹치기 텍스트군 하고 약간의 실망을 아니할 수 없었다. 아무리 뜯어봐도 왕가위 감독의 영화라고 사기당한 채 봤던 [첫사랑]의 감독이 아닌가 싶은 그 주인공의 울퉁불퉁하고 둔한 그 모습은 보면 볼수록 상당히 귀여운 면이 있으면서도 역시 맹했다. 불운이 겹친 중국편에서 찍소리 못하고 죽어버린 그 남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별볼일 없던 그 남자가 행운이 어떻게 어떻게 이어지는 대만편에서는 여전히 운전도 못 하면서도 그렇게 잘 해나가는지, 참 웃겼다. 터프라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주먹세계 사나이의 대담한 생의 도박, 참으로 유머와 함께 그 뽀다구가 멋지기 그지 없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는 영화였는데, 그 상황 상황이 엉뚱한 실수와 행운으로 반전되는 것이 너무나너무나 재밌으면서도 뭐랄까 인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주는 것이었다. (새옹지마, 카르페디엠, 기회는 찬스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근대소설식 기승전결보다도 모험이 연달아 이어지는 설화식 구성이 더 재밌다 등등 ^^;) 타이밍을 맞추어 박력있게 빵빵 때려대는 왕광각의 컷들도 재밌었다.
피로를 잊게 해주는 영화. 내 동생은 완존 [넘버3]라고 무지 좋아하기도 했다. 난 안 봤으니 모르지만, 이 영화랑 엇비슷할 정도면 한국영화도 정말 많이 좋아진거다. 내가 싫어하는 얼굴이 하나 있어서 아직 안 봤는데, 빨리 봐야겠다.
매진 때문에, 일정 때문에 [4월 이야기]랑 [자살관광버스], [투타이어드 투다이], [케미컬 제너레이션]을 못 본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6시차를 타고 즐거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몸이 편하니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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