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와 테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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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는 방송매체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과연 n세대의 특질이 될 수 있을까? 끝까지 밀어붙이는 전자음의 향연, 멜로디나 가사의 정조와는 상관없는 무한반복의 비트, 레이브파티, 과연 상관이 있을 듯하다.
복제와 연결
손쉬운 복제와 수없이 가능한 결합, 이것이 우리가 테크노라고 부르는 음악 장르가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변별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네트세상이 구현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전자복제는 거의 추가 노동을 필요치 않으며 가치를 손실 없이 그대로 재생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무한한 공유가 이론적으로는, 그리고 어느 정도 쓸모있는 수준으로 가능하다. 카피레프트 정신의 이면에는 아주 자연스럽고 실리적인 편리성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네트 안의 한 싸이트는 또 다른 싸이트와 무한히 연결된다. 웹브라우저가 인터넷과 결합하여 낳은 것은 끝없이 자극되고 결합하는 창조와 소통, 새로운 삶의 양식이 들어서는 터전이다. 관심과 열정을 공통분모로 개인들은 기존의 사회관습을 무시하고 새로이 연결된다.
따라서 아주 유치한 수준이긴 하지만 현재 한국에 불고있는 테크노 유행과 n세대의 연결은 가당하다, 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는, 두말할 나위가 없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을까 한다.
신스팝의 기억
지금 형성되고 있는 전자기적 지구촌에 걸맞는 감수성으로서 테크노는 앞으로 한참은 유행할 듯하다. 이것은 한번 그냥 휩쓸고 지나가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간이 기존 악기의 개념에서 독립된 '전자악기'라는 것을 발명한 이상, 이것은 흐름을 타고 가지가지의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돌아올 것이다.
21세기가 되는 지금 테크노가 유행하는 것은 지금의 십대와 이십대가 어린시절 감수성에 깊이 아로새겼던 80년대 신스팝과 상당히 연관이 있다. 그 시절 전자음은 지금 들으면 촌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도 친근한 뭔가가 있다. 일종의 낙관주의, 그것은 말하자면 '생산력이 분출하는' 시대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초의 아름다운 전자음으로서 존재의 향기(아우라)를 풍긴다.
레이브파티는 무엇을 가능하게 하나?
밤새 테크노음악에 맞춰 광란의 춤을 추는 레이브파티. 동아일보(2000.9.27)에 따르면 한국의 테크노 매니아는 1만명 정도라고 한다. 레이브파티는 식자들의 말대로 현대사회에서 '소외감에 어필하는 문화 상품'인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소외가 아니라 해방이다. 해방을 소외라고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문화는 무조건 '소비문화'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각이다.
오로지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 흐름에 나의 몸을 반응시키는 행위, 그것이 레이브다. 인간관계의 소외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중심을 두고 나의 몸을 통해 그 장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기의 교류를 이루는 행위인 것이다.
레이브파티에서 dj는 무당이 되고 레이버들은 무한비트 속에서 자아와 세계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황홀경에 도달할 수 있다. 확실히 한국인들은 소질이 있다고 본다. 긴 역사 동안 좌뇌적 발달이 억압되어 있어서인지 제대로 된 양식을 창조하는 것은 아직 볼 수 없지만 말이다. 한국인에게는 불교든 기독교든 무슨 종교든지 들어오기만 하면 기복적이고 조상숭배, 따님숭배적인 것으로 뒤바꾸어 버리는 막강 샤머니즘의 토양이 있다.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김용옥, 통나무)
샤머니즘의 최고 본산 한국!
그런데 여기서는 왜 세계 최고의 테크노가 나오지를 않나? 그것은 지구 위에서 제일 끝내주는 리듬인 한국의 전통 가락을 테크노에 융합시킨 멋들어진 작품이 아직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응용'은 단지 서양에서 받아온 음악에 양념을 좀 쳐보는 것에 불과했지, 본격적인 '리듬의 결합'은 있어 본 적이 없다.
테크노에는 이미 아프리카 리듬도 힙합도 다 수용되어 보았으나, 아직 한국의 리듬은 등장하지를 못했다. 만약 끝내주게 이 두 가지를 접합하는 음악이 나온다면 세기의 히트를 칠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당연 한국에서 나올 것이 자연스럽게 해볼만한 기대이다. 기질로 보나 리듬의 종주권?으로 보나 그렇다.
그런데 아직도 안 나오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음악계가 워낙에 허약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테크노를 하는 사람도, 락을 하고 블루스를 하고 디스코를 하고 전통가락을 현재의 것을 변환하는 시도를 하는 사람도, 너무 적다. 그저 음악공장에 납품할 하청업자 외에는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이니 두터운 음악가층을 기대하기가 너무 어렵다.
한국에서 최고의 테크노가 나오려면
역시 실질적인 문제는 돈이다. 전자악기들은 정말 비싸다. 원래 비싸기도 하고, 이놈의 멍청한 나라에서 문화산업 육성 어쩌구 떠들면서 벤처사업엔 자금지원 한다며 생돈을 날리면서 정작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들 창작자들이 작업을 위해 꼭 필요한 악기와 기계들에는 사치품 관세를 왕창 물리는 통에, 엔간한 부자집 자제들이나 아니면 예술하기도 참 힘들다. (그나마 집단 예술이고 노하우 축적이 조직화된 편인 영화에 비하면, 한없이 개인적인 예술인 음악은 좀더 힘든 편이다.)
난 이 나라가 진짜로 일본에 비해 이십년 이상 뒤진 문화산업을 제대로 융성하게 하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기자재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을 육성한다면서 기업을 도와주거나, 예술을 돕는답시고 클래식음악이나 밀어주는건 정말이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문화산업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도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하며, 그 훌륭한 작품을 만들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아져야 한다. 당연히 많은 예술가들이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야 그중에 뛰어난 사람들이 충분히 나올 것이다. 물론 창작자 윤리 정착을 비롯해서 문화계의 질을 높이는 일도 필수이겠지만. (->악덕 표절업자를 고발함)
그리고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중간에 바보총각 내지는 범용한 인물이 되지 않고 창의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입시감옥인 공교육을 뜯어고치는 것도 실은 그 다음의 일이다. 진짜 될 놈이라면, 군대만 치워줘도 다 할 수 있을거다.
** 여자들은? 군대가는 남자 대신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여자들을 키우면 되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여자들이 시집을 가지 않도록 만들 만한 기가막히게 좋은 방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어렵다'고 말하련다. -.- **
언젠가는 끝내주는 뮤직비디오를...
테크노에 거는 또 하나의 기대는 뮤직비디오의 혁신이다. 90년대 후반 얼터너티브 열풍과 함께 뮤직비디오는 현격히 발달하여 블러, 라디오헤드 등의 역작들을 낳았다. 이제는 테크노에서 끝내주는 컴퓨터그래픽의 뮤직비디오가 나올 차례인데, 그렇게 획기적인 작품은 그다지 볼 수 없다. 아직까지 락처럼 돈을 많이 버는 슈퍼스타가 안 나와서 비싸고 본격적인 뮤직비디오가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신스팝의 향수 위에서,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소리의 새로운 칵테일, 건축물을 만드는 테크노의 바람이 잘 요동쳐 나가고, 또 그에 걸맞는 걸출한 뮤직비디오들을 양산하다 보면, 진짜 새롭고 즐거운 음악이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가질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본격적인 전자기 지구, 네트 세상의 꽃으로서 이르게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 테크노란 용어를 엄밀히 따지자면 일렉트로닉스(전자음악) 안에 서브장르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난 그냥 '관용적 표현'에 머물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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