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당신의 몸을 사랑하세요? 바디샵- LOVE YOUR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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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서구인들에게 60년대 말의 히피운동은 이래저래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같다.
1976년 이 바디샵을 만든 사장은 이십대였던 그 시절만 히피로 산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히피처럼 자유로와 보이는 멋진 영국여성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 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나선 이 영국의 화장품회사는 천연원료로만 만들어진 제품들을 선보인다.
영국에서 들려오는 얘기로는 거기 사람들은 도대체 이 회사가 화장품 회산지, 환경운동단첸지
분간을 못 한다고 한다. ^^; 동물대상실험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식물성
천연원료만 쓰며, 재활용에 대한 굳센 의지로 다 쓰고 난 용기는 도로 매장으로 가져가면
화장품을 담아준다.(한국에서는 왠? 약사법에 걸려서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 쓴 용기를 수거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그리고 화장품의 원료는 제3세계의 부족사회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원산지에서 직접 가공을 한 것을 사들인다고 한다. 그들의 전통적인 미용법도
받아들이고, 현지 고용창출 효과도 꾀하는, 상당히 영리하면서도 양심있는 회사다. 그러니
영국인들이 헷갈릴 만도 하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내가 바디샵 홍보요원은 아닌지, 헷갈려할지도 몰라 미리
얘기해두겠는데, 난 바디샵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일 뿐이고, 바디샵의
가치창출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한 마리 문화비평가로서 ^^; 바디샵으로 수렴되는 즐거운
가치를 옹호하고 전파하는 글을 쓰고 있다.
한국의 바디샵은 본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얌전하며, 사회운동적인 색깔은 많이 빠지고 거의
개인적인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들어오고 있다. 원래 녹색의 재생 비닐에- 아주
이쁘다!- 화장품을 담아줬는데, 지금은 일회용품 사용금지법 때문에 그걸 돈받고 내준다.
정말 환경보호를 생각해서 하는 일이라면 재생비닐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이를 일찍부터
실행한 바디샵을 모범업체로 선정해야할 일일텐데, 무조건 비닐은 쓰지 말라고만 한다.
어차피 다 쓰긴 쓰는데. 현재 이 나라에서 돌아가고있는 환경정책은 정말 웃기는 수준이라고 본다.
녹색운동이 제대로 벌어진 적이 없는 한국에서 바디샵이 주력하고 있는 가치창출은 역시
LOVE YOUR BODY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도 이보다 더
적절한 캐치프레이즈는 있을 수 없는데, 자신의 몸을 사랑한다는 전략은 무엇보다도 건강과
미용의 문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목욕용품의 바람은 단지 한번
지나고 말 유행이라는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예쁘게
'보이기' 위한 화장품의 개념에서 '나를 위한', 나의 '몸'을 위한, 화장품의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장품 할인매장이 들어선 요몇년 동안 젊은 사람들의 얍삽한 유행만을 주도하며
벌이를 했던 화장품 업계는 이제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피부미인' 개념의 등장은 확실한
서막으로서, 어떤 화장품을 쓰면 피부가 투명해진다 등속의 얄팍한 방식은 곧 밑천이 바닥날
것이기 때문에, 진짜로 피부가 좋아지는 방법을 찾아 여성들과,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젊은 남성들은 자기 몸의 적절한 운영의 도를 찾아 본격적인 건강 탐구에 나설 것이다.
아직 피부재생 능력이 뛰어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여성들에겐 사실상 피부관리라는
개념이 들어서기 힘들다. 왠만큼 방탕하게(?) 살기 전엔 몇년 사이에 피로가 그렇게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광범위한 피부관리 개념의 확산은 바로 그 한국사회가 공인한
'한창때'를 지나간 여성들 역시 아름다운 여자의 개념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고 미용에
힘쓰는 데에 원인이 있다.
미씨족의 등장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갖는데, 바로 이 미씨족들이 화장품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행사한 주역인 것이다. 물론 일생을 노동의 의무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들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여자들은 진작부터 젊음을 유지시키는 화장품의 개발에 힘써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것이 일반 여성들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저 멀리 할리우드나
그밖의 귀족들의 얘기였던 때도 있었다.
지금의 사태는, 멋부리는 나이와 계층이 점차 확산되는 것에 따라, 먼저 고가의 여러
기능성 화장품들이 소수의 여성들에게 선보인 다음 중저가로 가격이 내려오면서 비교적
노화의 타격을 덜 입은 여성들한테도 피부관리의 개념이 퍼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바람직한
일로서, 피부관리의 개념은 피부가 나빠진 다음에 깨닫고 시작하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생활의 지혜로 전수받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기능성 화장품의 범람과 전문 피부관리 요법의 유행은 건강과 미용의 통합화에서는
전주곡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을 사거나, 어떤 써비스를 받음으로써 살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사실 너무나 들통나기 쉬운 얄팍한 수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미용법은
역시 몸에서 출발한다. 피부는 지도와 같아서 단지 지도를 뜯어고치는 것으로는 바다를
육지로 만들 수 없듯, 인생의 피로가 그대로 내비치는 것이다.
대륙도 움직이는 내부의 힘을 돋우고 조절하는 것이 그러므로 건강-미용의 섭생법에서
근간이 된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전래의 지압법이라든가 한방요법, 경락 마사지, 기공체조,
명상법 등등이 포함될텐데, 서서히 대중에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재미난 것은 지금까지 대중의 관심사는 나이를 먹은 사람은 건강,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까로, 반면에 젊은 사람은 미용, 어떻게 하면 예뻐질까로 나뉘어있었다는 점이다.
예뻐지기 위한 젊은 여성들의 노력은 가히 살인적이다.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특히나
날씬해지기 위해서라면 몸을 혹사하는 것은 아주 예사로 여긴다. 그러나, 몸에 좋다는
보약을 챙겨드시는 중년들의 몸짓은 또한 얼마나 처절한가 역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은
이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지금의 새로운 열풍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건강과 미용의 통합!
사치스러운 목욕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 몸을 사랑스러운 대상으로서 즐기는 것이다.
나르시즘의 시작이다. 쾌락이란 그렇게 은밀하고 부끄러운 필요악이 아니다. 먹고 싸고
숨쉬고 냄새맡는 모든 활동 속에 쾌락이 있고, 그건 언제나 흘러넘쳐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막아두면 병이 된다. 먼저, 자기가 자신을 바라보아야 하며 사랑해주어야 한다.
나의 몸을 먼저 사랑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몸은 나라는 생명의 발현체 자체이나
무엇보다도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갖가지 향기를 즐기면서, 자기 자신도
[관능적 쾌락]의 대상으로서 바라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바라보는 것과 보살피는
것, 깨끗이하는 것과 아름답게 하는 것이 하나가 되는 행위, 이것은 아주 '교육적인' 활동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한 여성들을 위한, 그리고
남성들을 위한 짧고도 강력한 주문과도 같다. 그 효과는 단지 즐거운 목욕으로 그치지 않고
나의 몸을 사랑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먼저로 놓는, 솔직담백한 쾌락을 위해 자기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건강한 의식을 퍼뜨리는 바이러스와 같다. 아주 간단하며 쉽고, 무의식 중에
침투한다.
당신의 몸을 사랑하세요
LOVE YOUR BODY
1999.10.12
바디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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