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가을밤을 함께 지새울 좋은 만화들, 애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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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다른 분위기로 가련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도 이제 겨울로 깊어가고, 만화책은 여름철 피서용으로뿐만 아니라 ^^; 사계절 전천후로 가동되는 간
단하면서도 알찬,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상품이다. 한국의 여자만화로 주로 한정되어있던 본인의 섭취대상을 최근 들어 일본만화, 특히 남자만화로 넓히면
서 재미나고 괜찮은 작품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고, 몹시 즐겁다. 본격적인 비평은 생략하고, 짧은 소개글을 몇개 모아서 꼭 봐야한다는 강렬한 욕구만을 자극하
려고 한다. 재미난 작품을 같이 즐기자는 것이 목적이니까. 애니메이션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일본작품들이 대단하고, 그중에 요새 나온 멋진 작품을 소개하려한
다.
김혜린-[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비천무] [불의검] [광야] 등
시작은 한국의 걸출한 여자만화들이다. 많은 만화가들이 뛰어나고,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오늘은 두 사람만을 소개한다. 먼저 김혜린. 언제나 민초 옆에,
그리고 여성 옆에 머무는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막강 로맨티스트로서, 강렬한 깊은 정열이 그렇게도 청승맞을 수 있는 내용으로도(^^;) 흠뻑 보는 이에게
젖어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존경스러운 작가이다.
[비천무] ( 12권 완결) ★★★★
원말기의 중국을 무대로 가날프고 선하고 강인한 여인 설리의 비극적인 사랑과 인생을 그린 만화. 줄거리만을 요약한다면 여느 역사멜로물이 아니겠느냐 하는 성
급한 선입관에 시달릴듯하야 생략한다. 김혜린 특유의 살아숨쉬는 여성 캐릭터가 이 비련의 여주인공에게서도 발견된다. 늘 다루는 이야기가 역사와 사회의 무게가
버거운 편이라 고생하는 주인공들이 안되었기도 하다. 그러나 엄청난 흡입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최근 영화화한다는 얘기가 돌아 팬들 모두 말도 안돼-란 반응을 보였던, 그리고 탤런트 김희선이 여주인공을 맡는다는 얘기에 팬들 모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
려야 한다!고 결의를 다지기까지도 했던, 바로 그 작품. 김혜린 특유의 감수성이 한국영화의 멜로도 아닌 청승주의에 완전히 이상해질거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주를
이루었다. 이미 크랭크인이 들어갔다고 하니, 배우의 미스캐스팅과 어설픈 연기는 영화의 실패를 거의 99 % 확신하게 하며, 원작자와 팬들의 가슴에 입힐 상처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가슴이 아플 뿐이다.
(혹시라도 영화를 보실 분은 반드시 원작을 먼저 봐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더래도 티비광고나 여러가지~를 보게 되면 이미지 훼손이 일어나
니 안타까울 뿐.)
[불의 검] (대원문화출판사 9권까지 나왔음) ★★★★
중국대륙 북쪽 벌판의 가상 부족인 아무르 일족의 한 여인네 아라가 주인공인, 아직도 끝이 안 난 김혜린의 명작. 너무나 재미있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솟아나기
땜에 곤혹스럽기도 하다. 김혜린 스타일의 특징적인 점은 맨처음의 시작에 작품의 모든 에너지의 시발점을 꽝꽝! 박아놓고 있다는 것인데, 그 강렬함에 언제나 처음
의 감동으로 돌아가게 된다.
유시진-[베이지톤 삼색체크] [아웃사이드] [마니] [쿨핫] [신명기] 등
다음 선수는 독자적이고 개성이 강한 세계관과 연출, 문장력으로 한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유시진이다. 코가 낮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동양인스런' 옆얼굴이
특징적이며, 인물들도 자의식도 강하고 개성도 강하고, 인간과 우주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나레이션들이 거의 '유시진 어록'을 만들어도 될 정도. 화면분할은 갈수
록 담대해져 가고, 아주 멋지다. 나로선 [미스티]를 비롯한 환타지들이 참으로 맘에 드는데, 최근 여자만화잡지 [나인]에 단기집중연재하고 있는 [클로저]도 아주
추천할 만하다.
최근 [쿨핫] 및 여러 한국과 일본의 만화, 소설들을 광대하게 짜깁기한 표절 대작 [야간비행]이 이슈가 되고있다. 그 담대한? 표절가가 고등학생이어서 더욱 문제가
되었는데, 이 인간은 지금껏 뻔뻔하게 표절 안 했다- 하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저작자의 권리 같은건 안중에도 없고 남의거 베껴서라도 안 들키고 팔기만 하면 되
지 하는, 표절둔감증이 만연한 한국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달까. 작품을 훼손당하여 열받히고 찜찜할 유시진씨를 위하여 얼른 사건이 종결되었으면 한다.
(U.sijin 아주 멋진 유시진 팬페이지. 디자인도 뛰어나고,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는 예전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좋고, 플래쉬게임도 정말 재밌다.)
[쿨핫] (서울문화사 5권까지 나왔음) ★★★★
김동경 (여 162 cm) 겁나게 예쁨. 피아노를 잘치고, 공부도 잘 한다. 자기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간 아버지를 몹시 증오하고 있음.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하고도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으려함. 그러나 예외가 ...
이루다 (여 185 cm) 미남형 얼굴. 태권도 유단자이자 운동감각 뛰어남. 너무나 터프하여 수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리고 있음.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라, 는 엄마의 가르침대로 잘 살고 있음. 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동경이를 좋아함.
선우 람 (남 178.9 cm) 꽃미남의 결정체. 공부도 잘하고 미남이고 싹싹하여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으나 정작 자신이 원하는 사랑은 말도 못 붙여본다는데...
권재련 (여 170 cm) 까무잡잡한 미인.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냉정한 여왕. 그러나 숨겨진 진실은 기상천외한 유치함! 그것이 무척 귀엽다...
이루리 (남 188cm) 즐겁게 인생을 사는 낙천가. 문무쌍전. 르네상스맨.
트랙마다 나래이터가 바뀌고, 따라서 트랙이 뒤로 갈수록 과거로 가기도 하고,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시점을 통해서도 바라보는 등 트랙을 거듭할수록 더해가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가 무엇일지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마니] (서울문화사, 4권 완결) ★★★★
이 만화를 보면 당신은 마니의 눈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색 옴니버스 환타지.
그 다음 타자들은 일본만화다. 폭력과 섹스 없이는 성립이 안 된다는 일반의 선입관에 시달리는 그 악명높은 일본만화이지만 역시 방대한 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서, 우리 입맛을 고루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보노보노] 미키오 이가라시 (서울문화사, 13권까지 나왔음) ★★★★
보노보노를 처음 본건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어눌하고 컬트적인 목소리와 뽈뽈뽈뽈 땀!!!!!!!!!!! 이것이 어떻게 만화가 원작일 수 있으랴 의심스러웠던 나에게 다가
온 보노보노 만화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이런식의 미분이 가능하구나...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다.
[닥터스쿠르] 노리코 사사키 (대원문화출판사 12권 완결) ★★★★
닥터스쿠르의 썰렁미는 세계에서 따라갈 자가 없을 것이라고... 난 생각해본다. 수의대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과 동물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라고는,,, 말할
수 없다. 끝내주게 사실적인 동물들과 순정 일변도의 인물들의 절묘한 결합! 이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왜 이렇게 재밌는지는 설명이 안 될 것이다. 역시, 썰렁미의
대가! 라는 레떼르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어느쪽 만화이던 많이 보고 즐기는 분들께 강력추천하고 싶다. 패러디과 영화들을 그동안 즐겨보던 분들도 마찬가지.
[몬스터] 카츠시카 호쿠세 글/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11권까지 나왔음) ★★★★
인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악의 본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놀래키는 작품이 없다. 상당히 전형적인듯하면서도 전혀 예측불허로 나가는 초반의 힘이 정말
멋지다.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매해 다른 사건들에 마주쳐 고고학적인 지식과 놀랍도록 단련된 작전능력?으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마스터키튼]도 무척 재미있다.
[바람의 검심] 노부히로 와츠키 (서울문화사 26권까지 나왔음) ★★★
여자만화에 익숙하신 분들이 남자만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연습시켜드릴 아주 적절한 만화. 일본 메이지 유신 시절을 기점으로 하여, 새로운 시절을 위해 칼
을 휘두른 칼잡이 발도제가 검에 대한 회의를 품고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그네로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은데...
주인공 켄신보다는 악?의 편이었던 소지로가 난 더 마음에 들었었다. (보노보노의 '멍멍이'랑 비슷하다는 명희양의 의견도...^^;) 순정만화스런 캐릭터와 그림체, 그
리고 소년만화임을 잊지 않고 상기키켜주는 점에서 '본격적이다'란 맛은 느낄 수 없으나, 나름대로 아주 재밌다.
[지뢰진] 츠토무 타카하시 (주)세주문화 17권까지 나왔음) ★★★☆
차갑기 그지없는, 냉혈한에 가까운 형사 이이다가 주인공. 가차없는, 동정없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법의 이쪽에 선 자와 저쪽에 선 자에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언제
나 한술 더 뜨는 편. 매회 다른 사건이 이어지며,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많다.
[무한의 주인] 사무라 히로아키 (주)세주문화 8권까지 나왔음) ★★★★
처음 무한의 주인을 본 나의 반응.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섹시한 격투씬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를 외치고 싶었다. 도대체가 어떻게 칼을 들고 공격한 건지 알기
위해선 두번 보고도 아직도 잘 모르겠는, 희안한 만화. 각종 요상망측한 자세로 전투하는 인간들의 신체가 어지럽게 난무한다. 사지절단에 있어서도 물론 잔혹한 수
준.
마지막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써비스 차원에서...
[카우보이 비밥] ★★★☆
회고조로 미래를 회상하는 애니메이션. 투니버스에서 얼마전 방영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대단한게 인물이면 인물, 메카닉이면 메카닉, 음악이면 음
악, 분위기 또한... 뭐 하나 빠질게 없다. 섹션 사이를 이어주는 로고가 또 끝내준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스타일리스트!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입을 다물겠다.
이미 가을은 깊어 겨울이 다 되었는데 이제야 만화 몇편을 풀어놓는 나를 원망하시지 말기 바란다. ^^; 겨울이 되면 더 즐거울 것이다. 시간도 더 많고. 서평은 시간 여유가 되는 겨울에 할거 같은데, [분자혁명] [마이크로코스모스]나 니체, 들뢰즈, 스피노자 중에 몇개를 생각하고 있다. 기대해 주시길. 어렵지 않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렵니다~
199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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