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음악과 머리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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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해지는 오후의 지하철, 사람들 사이로 언뜻 스쳐지나가는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머리결이 보였으니...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날씬한 실루엣에 잠시 혼
미해지며 우리의 미소년 밝힘증 n모양, 오호라... 이런 천운이 있나,,, 좀더 잘 보이는 위치를 확보하고자 교묘히 자리를 잡는 능숙한 솜씨! 턱선을 살짝 가릴듯이 찰
랑거리는 비단결 머리카락, 쥑인다! *.* 고개를 숙인터라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체격으로 보아하니 역시 미소녀 아닌 미소년, 옆에 들은 것은 아마도 일렉기타...
아니, 길이가 긴 것을 봐선 베이스가 아니던가! 이 칼같은 눈썰미에 만만찮은 교양, 역시 난 위대해... 열심히 훔쳐보는 n모양.
왜 음악하는 남자들은 이렇게 다 스타일도 멋있을까... 감동의 눈물을 뿌리며 이 팍팍한 서울의 일상에 꽃같은 미소년 하나 건진 행운을 기뻐하는데... 아아니! 미소
년님이 일어서려 하네! 이런 황금같은 기회가... 그런데,,, 아악--------------
0.0 -> @.# -> ☞ㅠ.ㅠ ;;;;;;;;;;;;;;
머리카락까지만 미소년이었다... -.-;;; 몸매는 스웨이드의 브렛 앤더슨인데 얼굴은 토종한국남성...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는 n모양... 오늘도 기차는 덜그덕거리며 굴러
가고 미소년 밝힘증자는 외로워.
그러나 열심히 한몸 바쳐 자기 음악을 추구하는 언더그라운드 락커 가리면미소년군은 총총히 악기를 매고 오늘도 밴드랑 연습하러 간다.
여기서 잠깐! 위의 이야기에서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겉만 보고 반하면 나중에 피눈물 난다? --; 1미터 미소년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 @.^;;;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 ;;;;;;;;;;;;;
이쯤에서 정답을 밝히자면,,,,
"넵, 윗이야기에 숨어있는 가장 기특한 정보는 '현재 뮤지션의 이상적인 머리카락의 길이는 짧은 단발이다!' 였습니다!!!!"
- 금새 원기를 회복한 n모양 (^^;;;)
바로 이 이야기가 오늘의 주제이다. 음악하는 남자들의 머리길이와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잠시 말해 보려고 한다. 서론은 좀 길었지만, 여러분들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으리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인디를 비롯해서 모든 문화산업의 소비자는 3분의 2 이상이 여성이니 여성중심으로 이야기를 짠 것에 대해서 남성차별
이라고 뭐라 그러지 말기 바란다.) 먼저 전제로 깔것은 '음악하는 남자들은 머리를 기른다' 이고, 그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음악의 장르에 따라 적합한 머리길
이가 있다'는 것이다. 뭐 사람에 따라서는 다 아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음악과 패션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이 두가지로써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들의 첫번째 타자로서 훌륭한, 매력적인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 얘기는 기본적으로 머리기른 남자를 '반사회적이다!'고 차별하는 한국사회의 주류세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머리를 기르는 남자
뮤지션들에 대한 얘기다. 따라서 주로 락커들, 언더그라운드에 속하는 음악인들과 이에 더해서 그들과 같은 감수성을 갖는 인디씬의 팬들-향유자층들에 대한 얘기가
되겠다. 혹시라도 좀 화려한 머리 하고 나오는 누구누구가 있더래도, 기획사가 시키는 대로 머리를 기르거나 자르는 '붕어들'은 말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일본의
누구를 따라했던건 말건 건 내가 알 바 아니다.
머리긴 남자들이 상투를 베인 후로 처음 한국사회에 등장한 것은 물론 60년대말에서 70년대초 전세계를 휩쓸었던 청년운동과 히피 문화에 영향받은 때일 것이다.
그때는 '청바지에 통기타'가 반항의 상징이고 매력점이었다고 하나 내가 기억이 날리야 없고 ^^; 박정희정권에 된서리를 맞고 꽃피기도 전에 죽어버린 청년문화와
한국락에 대해 깊이 서글퍼하고 있다는 얘기만 하겠다. 이때 락이 계속 커갔더라면 지금 우리가 요모양 요꼴은 안 볼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 그러나 머
리길이의 감수성으로선, '장발'하면 생각나는 조용필 젊은 시절의 머리길이는 왠지 코믹하기만 하다. 현재 젊은이들의 감수성에는 직접 닿지 못하는거 같다.
한동안 '락'하면 누구나 가졌었던 정형화된 모습은 80년대의 헤비메탈이다. 90년대 초까지 유행은 이어졌으니 아무리 언더그라운드씬이었더래도 많이들(십대 이십
대 통털어서) 기억할듯 한데, 아아주 긴 머리, 등까지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가 특징적이다. 예외없이 부시시하고, 많이들 파마를 했다. 복장은 주로 검정색으로
착달라붙는 뱀바지, 부츠, 해골 그림의 메탈티, 체인 등속의 악세서리로 헤어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 긴 머리는 락커로서의 실력과 품위를 닦
는 수련기간을 나타내준다고나 할까? 긴 머리가 필수적이었기 땜에 여러분도 잘 아시듯 시나위 시절 서태지도 가발을 뒤집어쓰고 앨범자켓 사진을 찍었다. 이런
락커의 전형이 도전받게 된 것은 미국 그런지의 수퍼스타 니르바나 nirvana의 침공부터였다.
니르바나가 국내 락팬들에게 열풍을 일으킨것이 95년 정도?부터이고 그 영향으로 많은 밴드들이 생기고 나서 96년부터 홍대씬을 중심으로한 인디락이 지상으로 터
져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얼터가 완전히 유행이 지나갔다고 할만한 98년 정도까지 2, 3년간 이 얼터열풍과 함께 정착된 것은 '커트 코베인 길이'였다. 어깨에 달락말
락, 딱 그 정도가 적당했지 더이상 기르면 메탈 아저씨가 되므로 삼가한다는게 암묵적인 정설?이었다. ^^; 머리가 그보다 짧은 단발이면 '아직 기르는 중'으로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초보 음악인이라는 표시가 될 수 있었다. 어깨까지 닿는 머리길이는 헤비메탈에 비해서 작곡을 하고 자기 밴드를 만들어 나오기까지 기타숙
련에 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휠씬 적음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주로 가느다란 체형에 일자바지를 입고 티하나 걸친 모양이 그런지 밴드의 정식
유니폼이었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커트 코베인 길이'에 있어서는, 그런지 밴드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락커의 정형성을 다시금 형성했다고 본다. 아직까지도 그 영
향은 남아있어서, 길이가 좀더 짧아진 채로 단발=락커의 공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펑크는 주로 짧은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려 하늘을 찌르는 기상을 표현하고 빨강 노랑 녹색 등 형형색색들의 염색으로써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정식이다. 펑크는
음악인이나 수용자나 모두 헐렁한 힙합패션을 주로 한다는게 정설인데, 70년대 영국본토 펑크처럼 딱 달라붙는 화려한 바지를 선보이는 밴드도 있다.
하드코어 역시 짧은 머리와 탈색이 주요 수단으로, 단발로 기르더라도 그렇게까지 길지는 않아서 어깨까지 닿지 않는 걸 기본으로 한다. 힙합바지와 구명?조끼,
마스크 등 힙합패션에 어울리려면 역시 그 정도로 조절을 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언제나 예외적 인물이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유행과 암묵적 동의 역
시 무시할 수 없다.
하드코어가 펑크패션과 크게 다른 점은 얼굴을 가리는 데에 있다. 마스크나 낙시모자, 혹은 야구모자, 가끔은 단발로써 얼굴을 가리는 경향이 휠씬 크다. 펑크가
그런지와 달랐던 점이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는 대신 짧게, 혹은 저 하늘로 치솟은 머리카락으로 정감있는 토박이 한국인 얼굴을 내밀고서 좀더 발랄한 지랄
지랄(좋은 뜻이니 뭐라 하지 마세요.^^;;)을 했던 것이라면, 하드코어가 펑크랑 달랐던 것은 다시금 얼굴을 가리고, 머리카락 대신 주로 마스크와 모자 등속의 악세
서리로 얼굴을 가리고 음습한 저변의 욕망을 드러내는듯한 빠방한 슬래쉬사운드를 기본으로 깔고 나왔다는 점이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남자들의 머리를 모두 스포츠맨으로 깎아놔야 직성이 풀린다는 기성 사회
의 미감에 맞서다보면 밥을 굶기 십상이기에, 아주 민감한 주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머리카락의 길이는 음악인의 감수성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일반
인의 짧은 머리, 거기에 (헤비메탈) 락커들의 긴 머리가 대응되고, 여기에 그 동안 제법 생겨난 긴머리 남자들의 익숙함에서 나오는 얼터풍의 조금 긴 머리가 생겨난
다. 다시 여기에 반발하는 비교적 짧은 펑크 머리가 있고, 한편으론 그동안 일반적으로 길어진 대학생들의 단발스름한 머리길이와 비슷해진, '특별히 튀려고 하지는
않은' 결과인 짧은 단발이 있다.
긴 머리를 고집하는 건 저항을 고집하는 것이요, 짧은 머리를 내세우는건 이미 저항은 당연한 거고, 하고 나서는 것이다.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는 것은 사회
가 원하는 번듯한 남성성이라는 '쾌락이 거세된 일하는 기계'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욕망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또한 계속된 저항성의 코
드에 식상하면 다시금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고. 이 모두는 다른 사이클로 반복되며, 서로 영향을 준다.
머리길이 하나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숨어있는 줄은 몰랐던 많은 독자분들은 이제라도 거리에서 클럽에서 마주치는 락커들을 유심히 지켜봐주기 바란다. 그들
이 무얼 품고 있는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패션은 아주 많은 것을 말한다, 언제나.
200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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