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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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는 국가에 살면서 선거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보수나
진보나간에 나라를 이끄는 청사진을 제시는 하는 정당 정치는커녕 온갖 썩어빠진
잡배들이나 모여서 뚱땅거리는 정치판을 최소한 '인정해 주지는' 않은 권리가 있다
는 말이다. 어떤 놈을 뽑아도 그 판을 어떻게 바꿔 볼 방법은 나지 않을 이상, 최소한
그 자랑스런 금뱃지 달아주는 요식행사에 나서서 거들어주는 수고를 하지는 않겠
다는 것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 때문에 큰 일이다, 어쩐다 하는 소리들은 모두 뭘 모
르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건 그만큼 정치에 관심 쏟아봐야 더러운 꼴 보고 열
이나 받을 뿐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이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슨 짓
을 해도 여전히 그놈이 그놈일 뿐인건 변하지 않고, 국정엔 힘을 미칠 수 없기 때
문이기도 할 것이다.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제대로 된 놈을 뽑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만약 제
대로 된 놈이 몇명 국회로 간다해도 이 웃기는 나라는 하던 대로 돌아갈 뿐이다.
만약에 우리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위생 복지 인류에 대하여 왠만한
비전을 제시하고, 동시에 부패행정을 일신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정당이 등장한다
면 다시 생각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에 그런 날이 오기보단 젊어지는 약이
개발되는게 빠를 것이다.
자꾸 스피노자 얘기가 떠오른다. 그는 [정치론]에서 정치하는 자가 신의가 있어야
만 제대로 사무처리가 되는 국가는 절대 안정성을 지닐 수 없으며, 국가가 영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나라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어쨋건간에 결코 배신적이거나 사악
한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나라일이 정비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정
치하는 놈들이 다 썩어서 그렇지, 수준에 있다. 그런 면에선 유럽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휠씬 운이 좋다. 이곳에선 어느 세월에 그런 변화가 조금이라도 생길까
나.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지만, 그건 새로운 힘의 장이 됨으로써, 권력의 중심을 바
꿈으로써이지 기존 권력을 무력화, 해체함으로써가 아니다. 기존의 권력체들은 자
기가 전통적으로 지니던 힘을 조금이라도 버릴 생각이 없다. 단지 스스로 하던 대
로 고집하며 망해갈 뿐이지, 권력을 나눌 생각은 하지 않는다.
KBS 하나만 봐도 아무 일 안 하고 돈이나 받아먹는 '인사들' 먹이느라고 프로그
램 제대로 만들 돈은 없는데, 그들을 쫓아내는 건 정말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차라
리 KBS를 해체하는 편이 더 쉬울 것이다.
말만 글로벌 시대가 아니라 실제로 초국가기업들이 지구경제를 뒤흔들고, 우리가
아는 민족국가 내지는 국민국가들의 모임이라는 지구촌의 풍경은 점점 실제와 멀
어지고 있다. 국민국가도 대학도 지금이야 위세당당하지만, 망하는 길을 갈지 모른
다는 분석을 난 선호한다. 그러나, 전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고, 국민국가가 약화
되고 망해간다고 해서 개개인의 권력이 더 커지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
다. 치안을 비롯해서 행정은 더 위험하고 망가질 수 있다. 혹시라도, 두손 두발 다
들을 정도로 악화되더라도, 그래도 국가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한국놈들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을거 같다.
남대문 시장바닥이나 국회나 똑같은 게 한국사회다. 특히나 더 날고기는 선수들
이 한 자리에 모인달 뿐, 그리 다르지는 않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고, 더 큰 세력
을 확보한 놈들이 옳다. 뭘 하나 하려고 하면 떼어먹으려 달려드는 수많은 놈들을
뿌리치고선 절대 되는 일이 없다. 법대로 되는 일도 없지만 만약 법대로 하자고
했다간 언제나 기득권의 이득을 지켜주는 선에서 해석이 가능한 법 탄력성?의 맛
을 봐야한다. 이곳은 오로지 '더럽고 치사한 인간관계' 안에서 먹고 살며, 그 관계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나 창의성 같은건 솔직히 장식품 차원
이다.
썩었다, 고 흔히들 정치판을 말한다. 그러나 정해진 원칙 안 지키고 자기맘대로
하는건 택시운전사 역시 이름높다. 이 나라 사람들은 권력자에 대해 아무런 환상
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 썩을 놈들이니까, 크고작은 권력구조 안에서 자기 밥그릇
을 지키기 위해 끼어들기 큰데 붙기 하면서 자기에게 눈곱만큼이라도 권력이 배당
된다면 주저없이 휘두른다. 그러면서 선거할 때만 그나마 덜 나쁜 놈을 찾아내서
국민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자고?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환상이 너무 강한 사람
들이다.
이 대단한 나라인 한국에도 자본주의 탈산업화 하루이틀 하고 망하기는 싫을테니
언젠가 환경주의가 득세하고 새로이 권력에 접근하는 녹생당 부류가 생길 날이 올
지 모른다. 지금의 정보화 바람이 한바탕 다 분 다음엔 환경이란 주제에 민감해지
고 그에 관련된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법적인 소송이 끊이지 않는 때가 올 것은 분
명하다. 그러나 한국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대거 결혼을 안 하고 출산율이 떨어져
서 국가가 양육비를 대는 날이 와도, 군대를 모병제로 바꿔서 한국의 문화산업이
혹 기사회생을 하게 되어도, 그놈들은 여전히 남아있을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일단은 그저, 열심히 나의 길을 갈 뿐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존엄은 지키며 최소
한의 의사표현을 할 뿐이다. 나의 행위가 공적 미디어를 통해서는 단지 젊은층의
무관심 어쩌구 하는 썰의 자료로 계량화될 뿐이더라도 상관 않는다. 내가 좀더 한
가하다면 안티-선거 싸이트를 하나 만들 수도 있겠지만.
20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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