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변태국장, 스컬리를 추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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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에서 수요일밤 12시를 넘어 방영하고 있는 [미션특급](케이블티비 방영
제목은 오우삼의 신종횡사해)의 으뜸 캐릭터는 단연 '변태 국장'이다. '변태'국장이란
말은 이 '신종횡사해'의 팬들이 나름대로 이 엽기적인 행각을 매회 선보이는
멋진 왕카리스마 국장을 귀엽게 불러보는 애칭으로 이해하면 될것이다.
이 여자는 아주 날씬하다못해 가녀린 몸매로 막강한 육체적 파워와 권력을
과시하며 시가를 즐겨피우고 한방요법-뜸과 부황을 받기도 하는가 하면, 부하들
불러다 일시켜먹으면서 자기 혼자 희안한 요리 먹기에도 주저하지 않는, 괴벽의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요염한 의상으로 등장하며 예사로 남자
따먹기가 다반사에 취미로는 살사 댄스를 추기도 하며, 심지어 나중에는 스트립쇼마저 취미에 넣는 지경이다.
이 티비시리즈는 그동안 [엑스파일]이라든가 [ER] 같은 고급스럽게 잘 만든 티비시리즈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도무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는, 유치찬란
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이 있는데, 변태국장이 있기에 이 시리즈는 화룡점정,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동서남북 거칠게 없다
여자나 남자나 그 카리스마에는 푸덕, 하고 엎어질 수밖에 없는 변태국장의 마력은 무엇보다도 힘과 성적 매력의 결합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에게선 기대하기 힘든 특질에서 기원한다. 게다가, 나이가 많을게 분명한 얼굴임에도 도저히 일반인은 못 따라갈 경지의 힘과 젊음, 아름다움을 과시하니 여자들이 '언니! 넘 멋져!' 하고 쓰러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히트를 친 것은 이 여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남성도 폭력도 권력도 관습도 도덕도 죄책감도 없다는 근본적인 태도인 것이다.
변태국장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남자들과 여자들을 무시한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유아적이며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치들이어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폭력이든 뭐든 그들의 논리에 따라 상대해 준다. 그러나, 그들의 방식 속에서 또한 변태국장은 삶의 즐거움과 짜릿함을 맛보는 재미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우 심드렁한 표정으로, 여유만만으로 상대를 꼬시거나 적을 해치운다.
변태국장 vs 스컬리
그야말로 변태국장이라는 이 특출난 캐릭터와 비견될 수 있을 만한 인물은 [엑스파일]의 스컬리 정도가 아닐까? 기존의 어떤 캐릭터도 따라갈 수 없을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변태국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여자들이 보내는 찬사는, 예전에 [엑스파일]에서 새로이 등장한 지적이며 섹시한여성 FBI 요원을 향한 열렬한 애정과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현재의 젊은 여성들이 바래마지 않는, '나도 되고 싶은' 여성상인 것이다.
물론 [엑스파일]의 스컬리는 [미션특급]의 변태국장과는 아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스컬리는 금욕적이며, 변태국장은 쾌락주의인 것이다.
금욕주의자 스컬리의 사회적 의미
스컬리는 자기 파트너인 멀더 요원과 맨날 '그건 비과학적인 설명이라니까' 하고 싸워대는 오로지 이성과 합리주의, 서구의 과학정신으로 무장한 여자로서, 남성지배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남성보다 오히려 더 남성화되는, 즉 이성주의 일변도로 가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꼭 닮고 있다.
커리어 우먼은 남성화되었다는, 팍팍한 정서로 살아야 할 것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쨋거나 커리어 우먼은 힘을 가진 것이다. 자기의 능력과 지위에 따른 파워. 그것이 수많은 비인간적인 삶의 양태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사회적입지를 위해 각개약진으로 노력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희생자'가 아닌 것이다. 좋은 옷을 입고 노동을 하거나 핸드폰이나 혹은 총을 들고다니거나간에 '승자'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스컬리는 누구보다도 지성과 과학주의를 받들고,누구보다도 금욕적이고도 헌신적인 모습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컬리는 시즌 1에서는 확실히 '스파이'로서, 믿을 수 없는 존재로서 우리가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멀더에 대해 '알 수 없는 인물'로 세팅되었다. 이것은 [엑스파일]씩이나 만든 대단한 크리스 카터 일당조차도 '여자는 스파이다' 라는 고래의 '헤겔식 착각'에 쩔어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주상우)
이 스파이로서의 이미지는 시간이 갈수록 스컬리가 멀더에게 동화되면서 약해지다가, 시즌 2에 가서 스컬리 역의 질리안 앤더슨이 임신을 하자 외계인에게 납치된다는 기상천외한 해결책을 내어버린 후로 둘은 완전히 '같은 편'이 되고 만다.
난 [엑스파일]이 시즌 3을 넘어가면서 완전히 '가족적' 내지는 '인물밀착의 드라마'의 편향이 심화된 시발점이 바로 질리안 앤더슨의 임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질리안 앤더슨이 엑스파일 찍으면서 미술감독과 사랑에 빠져서 애를 갖는 일만 없었어도 [엑스파일]은 3 시즌 정도로 종료되었을 것이고, 완벽한 신화로 남을 수 있었을 거다. 즉, 내가 쓴 '엑파론'(아래에 링크 있음)에서 보는 바의 '혁명적' 모습으로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역사에서 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엑파는 지금 시즌 7에까지 방영을 지속했고 (8시즌 제작을 앞두고 있다) 소재의 궁핍 문제를 끊임없는 자기 반영과 자기 내부 논리의 전개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남명희의 논문 [TV 시리즈 [X 파일]의 줄거리 분석]을 참고하시길. 참으로 우연의 힘이란 것을 놀라운 것이다. [엑스파일]이 스스로 추구하기도 한 신과학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결과적으로 후기로 오면 올수록 증가하는 것은 패러디와 가족이다.*
쾌락주의자 변태국장의 실존적 의미
그러나 변태국장은 말그대로 언제나 '변태'를 즐긴다. 언제나 모험 속에 자기를 즐거이 내던지며, 즐기면서 자기 인생을 산다. 남성의 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스스로 더한 이성주의를 내세우는 스컬리와 비슷하게, 더더욱 강하고 비정한 면모를 갖추었지만, 절대 쾌락을 놓치려고는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둘의 대비는 어쩌면 김혜린 만화 [불의 검]의 소서노와 카라의 대비와 비슷하다.둘 다 일국의 나랏무당이지만, 소서노는 금욕주의적으로 정도(正道) 추구하는 삶을 살고 카라는 쾌락주의적이고 남자 해쳐먹는 것은 기본이며 야비한 권력싸움에 손을 더럽히며 피로 물든 자기 왕좌를 이룩한다. 물론 변태국장보다야 카라가 훨씬 지독하며 자기학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력점은 상당히 비슷하다. 쾌락적이며, 이상으로서 현실을 재단하기 앞서 힘을 획득하기를 추구하는 것. 소서노랑 스컬리는 정말 똑같다. 좋아하는 남자 하나 챙기지 못하는 점까지. ^^;
변태국장이 스컬리보다 더 근본적으로 여성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물론, 변태국장이 '쾌락'을 스스로의 존재양식 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션특급]이 [엑스파일]처럼 장대하고 심원한 자락을 가진 대작이 아니고, 실은 충분히 뛰어난 작품이긴 하지만 시즌 1로 끝나버려 그만한 인기와 인지도를 가질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변태국장의 인기가 스컬리를 압도해 버릴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변태국장은 현재 여성들이 닥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하나의 뚜렷한 대안의 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스컬리의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밀어내고 있다. 그것은 쾌락이라는 화두.
이것은 페미니즘의 남녀평등론의 함정을 비껴간다. '남성처럼'이라는 삶의 목표 이면의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다. 여자들이 남성이 독점하는 영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백년 이상 된 페미니즘의 투쟁 내역이였으나, 그 모든 법적 제도적인 것은, 삶의 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소용없는 짓이다. 더 이상 힘을 갖기 위해 성적 매력과 발랄한 쾌락추구를 포기하는 바보짓은 할 수 없다는 분명한 언명이다.
사회적 권력과 육체적 힘과 (성적) 매력을 겸비하는 것, 이것이 아마도 현재 여성들이 열망하는 것일게다. 스컬리의 순정과 변태국장의 쾌락 중에, 어느 쪽을 원할 것인가? 스스로의 몸은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변태국장의 화통한 엽기행각에 온통 쏠려있는 것이다. 그래서 변태국장은, '오늘은 어떤 변태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는 팬들을 위해 '흠, 좀 놀아주지' 하며 즐거이 소도구를 준비한다.
2000.8.21

-이 글의 주조를 이룬 '변태국장과 스컬리' 라는 대립구도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같이 토론하였으며 나한테 더 적합할 거라며 집필을 양보해준 남명희에게 감사드린다.
-크리스 카터가 93년 창조해낸, 신과학 시대에 걸맞는 신선하고 선정적이었던 티비시리즈 [엑스파일]의 철학적, 문화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내가 예전에 키노 98년 8월호에 엑파특집의 일환으로 실었던
'엑스파일 극장판 리뷰'(를 가장하여 쓴 글)을 참고하시길.
변태국장 카툰-그림: 남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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