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왜 예쁜 여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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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나 여자나, 모두가 예쁜 여자를 좋아할까? 물론, 당연히 좋으니까
좋은거다. 이유를 묻기 전에, 실은 까닭을 파헤치고 난 다음에도, 감성적이고
즉각적으로 예쁜 여자는 '좋다'는 반응을 일으킨다.
지금 우리가 자연스레 가지고 있는 감정들, 윤리감각들은 자그만치 150만년의
역사를 가지고서 축적되어온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의 뇌에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이 200만년에서 150만년전 사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여자들은 아기띠를 가지고서 애를 업고 다니며 채집생활을 하며
언어를 발달시키고, 공동체를 건설하고, 문명의 발달을 바짝 끌어당겼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서 혹은 아름다운 남자를 보고서 침을
흘리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대 산업화 사회의 규칙들과는
상관없는, 멀고먼 옛날 부족시대의 삶의 진실들과 상관있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가느다란 허리는 튼실한 엉덩이
남자들이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좋아하는 것은 지금의 상식으로는
'날씬해서'라고 하지만, 본래의 유용성은 '커다란 엉덩이'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기의 후손을 쑥쑥 잘 낳아줄 튼실한 엉덩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남성들이
많이 후손을 남겼고, 지금은 큰 엉덩이를 강조하는 대신 엉덩이를 커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는 날씬한 허리에 포인트를 맞춘 미감이 횡행한다.
그 외에도 유명한 진화적 사실들은, 어쩌다가 모든 포유류 중에 인간만 여자
가슴이 지방으로 가득찬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는가라든지, 어떻게 여자가
발정주기를 잃고 동물 중에서 섹스의 베테랑이 되었는지, 또 어떻게 인간은
이렇게 끝내주는 거짓말 기술과 사기꾼들을 양산하게 되었는지 등, 여러가지를
알려준다.
미인의 얼굴은 출산능력
왜 하나같이 남녀노소 할것없이 미인은 즉각 알아보고 호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낸시 에트코프의 연구는 참 재미나다. [미: 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살림)에서 내내 증명해 주는 것은 미인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얼굴이
어려보이기 때문이고, 여자가 어려보인다는 것은 또 출산능력이 있으며 또 아직은
출산경험이 없는, 완벽한 생식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보장이라는 것이다.
즉, 젊은 여자가 생식능력이 뛰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당장 자기의 후손을
퍼뜨리고 싶은 남성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선호한다. 젊어보이기 위해서 여성은
좀더 어린아이의 얼굴형과 가까운 얼굴이 선호되게 되었다. 눈이 크고, 턱이 작고
이마가 넓은 얼굴이 미인이 된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특질들, 고운 피부,
좋은 혈색, 좌우대칭성, 가는 허리와 큰 엉덩이는 곧 건강과 출산능력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여성은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성이 원하는 모습으로 따라가기 마련이고, 그렇게
해서 성공한 여성들의 유전자가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점차 여성의
얼굴은 지금처럼 매혹적인 모습으로 진화했다.
어린 얼굴을 좋아하는 이유
그런데 여성의 출산능력은 이십대에서 사오십대까지 걸쳐있는데 유독 어려보이는
얼굴이 선호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낸시 에트코프는 아주 재미난 통찰을 보여준다.
아무리 혈기왕성해도 이미 임신중이거나 수유중이거나, 혹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아 쓸데없는 혹이 달린 여자라면, 자기 유전자의 확산을 위한 바람직한
조건에서 멀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심해지고 있는 '어린 얼굴'의 선호는 어쩌면, 단지
신체발육이 이전보다 빨라지면서 사춘기도 빨라지고, 출산능력이 생기는 나이
역시 십대로 내려가면서 생긴 '사회적 미감의 적응'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하게 십대로 미인의 이상형이 움직이면서 이전부터 아름다운 여인과
출산능력의 필수조건이었던 체지방이 전체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오직 가슴에 달린
지방만 선호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몇백만년 동안 쌓아온 여성의
아름다움과 많이 배치되는 것이다.
그 까닭은 어쩌면 성이 그 본래의 목적이었던 생식에서 멀어져 독립적인 차원을
가지고서 인간들을 쥐어흔들게 됨에 따라, 여성의 아름다움 뒤의 유용한 목적인
출산능력에 대한 남성들의 집착 또한 흐려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더 어린 얼굴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에 충실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십대여성에게
출산능력이 이미 생겼다는 것은 곧 체지방 축적이 충분하다는 얘기인데 여전히
전처럼 비쩍 마른 십대의 몸매를 기대하고, 단지 가슴만 클것을 바라는 것은
상당히 제멋대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은 현대인이 본능이 아니라 문화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 커지고 있기에 생겨나는 현상인 것일까.
본래의 목적에서 멀어지고 있는 아름다움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동물이 암수로 나뉘어 생식을 한 이후로 여성의 첫번째
가치는 얼마나 튼튼한 애를 낳아 자손을 널리 퍼뜨릴 수 있겠느냐에 따라 결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남성의 가치는 좀 달라서, 처음엔 수컷으로서 튼튼한 정자를
제공하고 끝일 수도 있었지만, 좀 더 나아가 새끼와 암컷을 잘 돌보는 역할을 잘
해내는 능력이 중요하게도 되었다. 그리고 공동체의 입장으로 가자면 오랜 세월의
경험을 가지고 현명한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었기에, 남성의
매력은 육체적인 것, 다정한 성격적인 면, 세월의 흔적이나 수염 따위까지
다양하게 개발된 편이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 될 것은, 지금의 세상은 유목민 시대도 농경 시대도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들은 농사일을 거들 자식들을 많이 낳을 이유도,
반타작이나마 하기 위해 임신가능 시기 내내 꾸역꾸역 자식을 낳을 이유도 없다.
요즘엔 자식을 키우는데는 너무나 많은 돈이 들지만 노후대책은 바라기도 힘들다.
원하건 원치 않건 모두 다 자유를 지나치게 많이 가지게 되는 사회 시스템인
것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생활양식 속에선 여성 역시 다양한 가치를 인정받기
마련이고 또 젊어서 한때로 끝나지 않는 매력을 원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시간이 흘러 더 아름다와지는 여배우들은 그러한
여자들의 소망을 충족시키고 앞서나가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아름다운 여성의 개념은 변화할 것이다. 예쁜 여자, 젊고 아름답고 탱탱한
여자가 갖는 가치는 인간이 성적 동물인한 여전할 것이지만, 여성의 능력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돈많은 남자들에 비해 평가가
낮았던 젊고 예쁜 남자의 가치가 올라가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지난 세월의
아름다움을 갖는 여인의 매력'이 세를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국에서 앞으로 '영계병'이나 '원조교제 신드롬'의 구질구질한 꼴을 안 보기
위해서는 여성의 힘이 커지는 것과 함께, 십대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개혁도 필수적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을 관능적으로 해방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기쁨을 마주치는 예쁜 얼굴들에서
느끼기 위해서는 말이다.
20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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