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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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써 그 꿈은 많이 이루어져 있다.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인기 작가로 등장할 수 있고, 디카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사진 작가로 이름을 떨칠 수도 있다. 배운게 없어서 권력이 없어서 억울한 말도 못 하고 서럽다던 세월도 가버린듯, 인터넷을 이용하면 누구나 기자가 되어 중요한(그리고 이야기꺼리가 될만하다면) 사건을 알리고, 이슈화할 수 있다.

나는 행복하다. 개티즌의 무례가 어떻고 블로거들의 잡담이 얼마나 지지부진하고 디카 작품들의 평균 품질이 어떻고 하는거에도 말이다. 아직 양적으로만 늘어났을 뿐이지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 한 상태라 하더라도,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가화는 행복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더라 해도, 대중에게 인권이 생긴 지가 얼마고, 대중 민주주의의 사회, 대중 소비의 사회가 되었는데 아직도 미디어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는 대중의 수준낮음이 어떻고 하더래도, 나는 기쁘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은 나의 예술가로서의 오만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재주와 그것을 실현시키는 현실과의 괴리에서 생긴 위축, 옹졸한 자존심이 나의 시야를 편협하게 했다. 나의 꿈을 잊고 있었다.

걸음마 하는 아기가 이리저리 뒤축거리며 다닌다고, '얘야, 똑바로 걸어라' 하면서 야단칠 것인가? 처음으로 헤엄치기를 배우는 사람이 제대로 팔을 젓지 못 하고 첨벙거린다고 해서, 제 한 몸도 건사 못 하고 가라앉는다고 해서 도와주는 대신 '잘 하지도 못 하는거, 뛰는 놈 나는 놈들이 잔뜩 있는데(그러면서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 그만둬라' 하고 좌절시킬 것인가? 그것은 옳지 않다. '잘 한다'고, 먼저 칭찬해주어야 한다.

우리 부모세대가 가진 두려움, 먹고 살지 못 할까봐 두려워 모든 삶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스스로를 억눌렀던 두려움, 그것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에게 유전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두려움 속에서 인생을 숨죽여 보낼 필요가 없는 시대다. 그런 식으로 위축되어 살면 잘 못 살고, 기가 팔팔 살아 날뛰며 자기의 모든 가능성을 실험해보며 살면 정말 잘 살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속의 기죽어 살던, 기죽이며 살던 버릇들은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겨우겨우 구멍을 찾아 튀어나온 창조성들은, 끼들은 버릇없고 어설프기 그지 없다. 그냥 버려야 할까. 그냥 눌러야 할까. 그렇게 되면 우리 세대 역시 두려움에 짓눌린 세대로 남을 뿐이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세상 역시, 마인드 역시 두렵고 답답하고 소소한 사치나 질투로 소일하는 별볼일 없는 인생일 것이다. 수준낮고 재미없는 문화예술에 불평하면서, 혹은 무감각하게 흘려버리면서, 인간이 도대체 어디가 다른 동물보다 나은 것인지 평생 깨달아보지도 못 하고 암담한 세상을 살게 된단 말이다. 그러지 말자.

남승희

2006.2.19 NoCultureOnlySty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