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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코디네이터가 필요치 않다

요즘 세상은 이상하다. 정수기를 사도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옷도 아무거나 맘대로 못 입는다. 가수나 탤런트들은 캐릭터나 극중인물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코디가 시키는 대로 입지만, 일반인들은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잡지가 일러주는 대로 입는다. 신세대 열풍 이후 신문방송에서나 인터넷에서나 누구나 개성과 감성을 떠들어대지만, 나는 도대체 자기 개성과 자기 감성대로 사는 사람이 이 나라 안에서 몇 명이나 있는지, 셈해보고 싶다.

이 시대의 거울인 광고를 보면 화사하기 그지없는 때깔은 기본이요 가끔씩은 진정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감동에 젖을 수 있다. 그러나 광고업계에 가끔 보이는 소수의 창의적인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가? 그렇게 21세기 국가가 강조해 마지않는 문화산업계에 만연한 표절과 따라하기에, 저작권에 대한 존중이란 씨알머리도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소송 걸 여유가 있는 기업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상업적 권리만 존재하는 기도 안 차는 토양에서 독창성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 무리한 요구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독창적인 게 나올 리 없다. 스스로 느끼고 자기 느낌을 고집하고 실험하지 않으면 스타일이란 걸 만들 수가 없다. 화학전이라도 하듯 광범위하게 뒤집어씌우는 유행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하루에 학습지 몇 줄 보면 (그리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빡빡한 과외일정을 소화하면) 창의력 넘치는 영재가 탄생할 것처럼 선전하는 어린이 사교육 상품광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열망이란 어찌 그리도 민망하게시리 눈멀고 무식한 것인지.

인간이나 기타 유기적 시스템에 있어 아웃풋이 있기 위해선 부단한 인풋이 있어야하지만, 동시에 반드시 그 인풋을 소화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그릇의 형성이 필요하다. 어여쁜 자식들에게 그릇을 만들 여유는 주지 않고 무조건 쓸어넣는 부모들의 모습은 창창한 사원들이 자기 그릇을 발전시킬 인풋을 확보하는 꼴을 못 보고 무조건 아웃풋만을 쥐어짜는 회사의 모양과 짝을 이룬다. 모두가 진정 한국적인 교육과 노동인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단지 정답을 외우는 것이 유리한 교육제도 때문만이 아니다.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관 대로 살 권리가 없기 때문에, 말하는 법을 모르고 생각할 줄을 모른다. 좋은 대학을 나와 잘난 직업을 갖고 돈 많이 벌며 제때 결혼해서 자식 낳아 잘 키우는 인생 시나리오에서 한치라도 벗어나면 온인간관계를 동원해서 낙오자 취급을 하며 오로지 경쟁의 한길로 밀어넣는 사회의 압박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똑똑하고 잘난 개인도 조직을 무시하고 혼자 놀면 업계에서 추방당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그렇기에 사회가 기반으로 가지고 있는 풍요가 제공하는 틈새조차, 기본 설정인 개인의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기 힘든 것이 이 나라의 상황이다.

만약 한국 사회가 이토록 개인을 철저히 무시하고 조종하려들지 않는다면, 지금도 다른 나라에 나가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걸 보면 분명 개인기가 뛰어난 이 민족은 수없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성공하고 인류에 공헌할 것이다. 유행만이 모든 것이고 개인의 주관성은 겸허만을 강요당하는 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독창적인 디자인 따위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소중히 여기며 남의 경험과 인생을 존중하는 문화, 아름답게 자신을 드러내며 자기 생활을 기획하는 기술을 갈고닦는 문화 속에서라면, 독특한 개성은 피어날 수 있고, 세계를 주름잡을 수도 있다. 최소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다른 것보다는 훨씬 잘 할 것이다. 그리고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것은 나의 소관이니 그 과정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결코 만만치 않은 예측불허의 고된 길일 테지만, 새로운 길은 언제나 그렇다.

한 철학교수가 말하길, 현대 인문학의위기는 '[WWW]주관성의 상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현대 사회의 위기 역시 주관성의 상실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독창성이 필요한데 그것은 집단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국의 싹쓸이문화를 객관적인 것으로 추앙하는 비굴함을 버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은 절대 안 나온다. 지금 객관적인 것으로 위장하고 있는 모든 원리들은 실은 단지 먼저 자리를 차지한 자들, 혹은 싸움에서 이긴 자들의 주관성이다. 그 뻔뻔한 객관성을 뒤엎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주관과, 주관을 실제세계에 관철시키는 용감하고 끈기있는 싸움이다. 당신에겐 코디네이터가 필요치 않다. 입고 싶은 대로 입어라. 편하고 아름답게. 당신에겐 인생설계사도 필요치 않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 건강하고 아름답게.

남승희

굿데이 신문 20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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