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과민노당누가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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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대선은 선택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문국현이라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문국현 후보를 인터뷰해야만 했던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 나는 문국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패러다임을 바꿀 사람, 그런 사람은 문국현밖에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민노당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 한겨레 신문이 문국현을 '민족 자본가' 혹은 '착한 자본가'로 보더라도, 문국현이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라고 인식하고 있더라도, 내가 보기엔 새로운 생산양식을 향한 전사회적 개편을 이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기에 문국현은 진보다.

착한 기업

그가 '착한 자본가'여서 지지를 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 깨끗한 것, 이것도 역시 중요하지만 기본 중에 기본일 뿐. 문국현이 가진 결정적인 힘은 그가 '착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데에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인간과 윤리를 홀대해야만 하는 것인양 온나라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자본주의강박증이 만연한데, 그는 20세기의 낡은 기업을 봉쇄하고 21세기의 기업을 이야기한다.

민노당이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착한 기업'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민노당의 기본도식은 마르크스주의의 기본도식, 즉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을 점유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생산양식으로서 노동자가 잘 살려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단결하고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제도와 국가권력을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한 사회의 생산력이 그 사회의 생산양식이 감당할 수 없게 커지면 생산양식이 바뀌게 된다. 다시 말해서 혁명이 일어난다. 이것이 맑스주의의 기본 도식이다. 지금 혁명은 일어나고 있다. 벌써 20년쯤 되었다.

주력이 1차산업에서 2차산업으로 바뀌면서 노동의 현장은 공장이 되고 노동자가 역사의 주축으로 떠오른다. 농민은 밀려난다. 그 상황에서 맑스주의가 나왔다. 이제 주력은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그중에서도 정신노동, 지식 산업, 정서의 네트워크로 옮겨갔다. 더 이상 역사의 주축은 노동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구냐? 다중이라는 대답이 맑스주의 주변에서는 들려온다.

하지만 아직은 '주류 진보세력'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아직도 노동자들은 아니 더한 고통 속에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하지만 노동의 현장은 가치생산의 현장은 이제 공장보다는 네트워크쪽이다. 어느쪽이 주축이 되고 어느쪽이 포섭되어야 하느냐?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비교적 명확하다. 맑스주의가 내부논리에 정직하다면 결론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제3의 물결 혹은 지식경제화는 필연적으로 창의적인 노동자와 착한 기업을 요구한다. 각 기업에 개인에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고서 국가와 사회가 안 도와주고 가만히 있는다면, 상당히 어려운 과업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사회의 수준은 참담할 정도로 권위주의와 정경유착, 천민적 자본주의에 쩔어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문국현을 찍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최대 이유이다. 농산물, 영화, 의약 어느 쪽을 보더라도 한미 FTA로 한국의 보통 사람이 이득을 얻을 일은 없고 단지 엄청난 피해만이 예상된다. 이것을 단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에 제물로 바치고 타협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계산으로 보인다.

못나도 밀어주던 민노당을 버리고 이번 대선에 문국현을 찍는다면 이유는? 한국의 앞날에 급박함을 느껴서다. 21세기에 사는 사람이 문국현밖에 없어서. 수구보수세력이야 그렇다고 쳐도, 자칭 진보정당인 민노당도 21세기까지 나와있지는 않다. 정치적으로 좌우파를 나누자면 문국현은 중도우파 정도, 민노당은 중도좌파 정도 되겠지만, 진보냐 보수냐, 21세기나 20세기냐는 물음 앞엔 단연 문국현은 21세기 진보, 민노당은 20세기 보수다.

남승희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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