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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환경친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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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이 의심스럽다. 여자에겐 모두 모성본능이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생명을 키우고 보살피는 일에 '특화'된 여성이 그런 연유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유지하고 가꾸는데 더 두드러진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일리가 있는 것일까? 물론 온갖 성가심을 다 떠안고서 쓰레기 분리수거, 재활용을 하는 것은 대개 여자들이다. '우리 애한테 나쁜 걸 먹일 순 없지' 하며 온갖 좋은 것을 찾아다니며 수고하는 것도 대개 여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들이 여성이 내추럴 본 생태학자의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일까?

여성은 자연에 가까운가?

여성이 서구 근대정신의 기대와는 달리 남자보다 자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없게 하는 반증들은 많다. 여자들은 끝간데 없는 문명의 사치를 최전방에서 누리는 경향이 있으며,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이 성형수술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장은 기본적으로 여자들의 전유물이다. 여자들이야말로 자연 그대로와는 거리가 멀다. 어쩌면 자연에 대한, 몸에 대한 신비주의적 관점이 없기에 더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남성의 시점에서 대대적으로 신비화되는 '여성의 몸'이라는 것도 여자 입장에서는 먹고 싸고 자고 방귀도 뀌는 자기 몸일 뿐이니까. 그렇다면 이는 여성이 자연과 더 가까우며, 엉뚱하게도 그래서 더 횡포를 부릴 기회도 많다는 논리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기주의를 발현한다면 누구보다도 야무지게 해낼 수 있는 게 또 여자들이다. 결혼하고 나면 그 범위가 자기 한 몸에서 자기 가족 단위로 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걸 먹이고 싶어요'는 굶어죽어가는 아프리카 난민 아이의 복지나 '우리아이들에게 물려줄' 미래 사회의 비전과는 거의 상관없는 차원의 열망이다. 단지 남자를 애를 낳을 수 없고 여자는 낳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범여성적인 환경친화적 고귀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 안에 약간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오류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희생을 치루어본 여자들(엄마들)의 이기심의 수준으로 환경운동, 또는 생태주의를 미리 한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성'은 이기주의를 이길 수 있나?

환경이라는 것을 다각도로 고려해볼 때,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좀더 '환경친화적'인 것은 맞다. 천연성분을 따지고 식물성 화장품을 선호하는 것도 여자들이다. 나날의 인간관계에서 잘난 체하고, 화내고, 어지르고, 시끄럽게 구는 문제아들을 어르고 참아주며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서적 노동을 떠맡는 것도 대개 여자들이다. 사람들 북적이는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폐끼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것조차 여자들이 주로 한다. 타고난 것인지 교육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들은 자기와 맞닿아 있는 환경, 자기가 개입하고 처리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는 꽤 적극적인 서비스를 하는 성향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인류와 지구의 생존과 복지 문제가 걸린 차원의 생태학에 대해서는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아무 대책이 없는 이기적인 개인일 뿐이다. 아무리 여성에 대한 착취와 자연에 대한 착취는 동일한 사회구조, 가부장제나 자본주의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라고 똑똑한 지성이 설파하더라도, 더 똑똑한 이기주의는 더 부자가 되고, 더 교육받고, 더 잘난 사람들과 사귀며 더 많은 낭비를 하는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걸 잊지 못한다.

전지구적인 운명에 대한 성찰을 하기 전에는 그 이기주의는 패배하는 법이 없을 것이다. 환경오염과 정치군사문제, 생산과 소비의 재조직, 생활양식과 윤리의 갱신에 대해 생태주의의 각종 대책들이 세워지기 전에는 그 이기주의를 비난할 만한 근거도 사실 희박하다. 남들도 나처럼 움직일 때 나도 남처럼 움직여야만 혼자서 피해보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생존전략이니까.

만약 여성이 남성보다 더 확실한 생태주의자가 될 다소 결정적인 소지가 있다면 그건 유전자공학의 발달이다. 출산능력이라는 여성의 특수성이 문제시되는 것은 기존 가부장제의 여성착취구조뿐만이 아니라 생명을 생산하는 일에 과학기술이 끼여들면서 나타나는 이해관계에서 또한 첨예해지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유전자공학의 발달이 곧 국력의 상징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지만, 생명의 저작권?을 놓고 싸우게 되면 여성의 권리와 회사의 권리는 말 그대로 대립한다. 체세포복제도 하는 판에 남성의 권리 역시 빠질 수 없겠으나, 임신출산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하기 전에는 여성만큼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차이를 작은 것으로 만드는 훨씬 큰 이해관계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지구 사이에는 있다. 이 큰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기주의를 벗어나는 넓고 깊은 인식이 필요하나, 뭣보다도 대가를 치루어야 할 모든 일들에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결정적이다. 여성은 그 점에서 아주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남승희

캠퍼스스타일 우먼칼럼 200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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