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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리닝패션은아무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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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리닝 패션은 아무나 하나?

후줄근한 츄리닝과 질질 끄는 쓰레빠는 과연 잘 어울린다. 집근처 비디오샵 갈 때, 수퍼 갈 때 더없이 어울리는 차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여성들이 열심히들 하고 있는 츄리닝룩과 딱딱거리는 슬리퍼형샌들은? 안 된 얘기지만 성공사례는 극히 희박하다고 하는 진솔한 충언을 드릴 수밖에 없다. 정말 정말 정말로 츄리닝룩에 하이힐 슬리퍼가 어울리는 여자는 별로 없다. 프렌즈의 레이첼 정도라면 완벽하겠지만. 또는 제니퍼 로페즈라면 모를까? 그것은 '의도적인 천박성'이라는 패션컨셉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천박성, 격식타파의 즐거움

의도적인 천박성, 또는 의도적인 격식타파라는 주제는 20세기 이후 패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청바지로, 미국 서부개척 시기에 광부들이 입던 하층민의 작업복이 젊은이들의 패션으로 둔갑하여 자유와 젊음의 상징이 되었고, 그 다음에는 아무나 입는 옷으로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이것이 다시 한 번 둔갑하여 캐주얼의 대명사 진이 정장용으로 깜짝 변신을 하여 수많은 여성들의 옷장을 장악했다. 특히 화사한 천이나 구슬, 수 등으로 장식한 청바지는 편하고 격식 차리지 않는 수수한 청바지를 파티 패션으로까지 변환하는 재미난 위치이동이었다.

츄리닝룩의 어려움

그런데 진만 이동하냐, 트레이닝복도 이동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츄리닝 패션이 외출복 패션의 영역으로 진출을 하는 것 같은데, 일단 문제는 이 '격식 타파'가 좀 진부하다는 데에 있다. 몇 년 전 국내에서도 양아치 및 양아치 지향인 사이에서 유행한 츄리닝 룩 내지는 락지향인 사이의 KORN의 아디다스 룩이 꽤 많이 퍼져서, 이걸 여자들이 새삼스럽게 다소 화려한 장식을 붙이고 몸에 딱 붙고 허리가 나오는 섹시 스타일로 변신시킨다고 해서 갑자기 대단한 격식 '타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남자들의 츄리닝룩이 아예 일반적일 정도로 많이 퍼졌다면 오히려 이에 대한 변주로서 여자들의 츄리닝룩이 가능해지겠지만, 그 정도는 또 아니었다. 아직은 좀 지겹다. 별로 새롭지가 않다.

그 다음 문제는 매우 매우 매우 몸매가 좋은 여성이 아니면 츄리닝 패션이 자신의 '의도적' 천박성을 설득력 있게 설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엔 한국에도 다리 긴 여성들이 많다. 그건 인정한다. 그러나, 이 패션은 엉덩이가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영 폼이 안 나는 패션으로서 펑퍼짐하거나 살찐 엉덩이로는 '의도적' 천박성이 아니라 '나태한 비격식'만이 연출이 된다는 것이다. '나태'는 세 가지다. 첫째, 그렇게 엉덩이가 쳐지도록 방관했는가? 둘째, 츄리닝을 걸치고 외출을 하다니... 쯧쯧! 셋째, 그렇게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안일하게 유행을 따라했는가?

'의도적'의 조건

츄리닝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의도적 천박성'이 멋지게 연출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실제로는 고급스럽게, 패션의 최첨단을 가는 쉬크한 멋쟁이답게'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몸매가 특히 엉덩이가 완벽해야 하며 둘째, 얼굴이나 분위기가 천박함과는 거리가 먼 고고한 기풍을 풍기거나 아니면 아예 천박룩이 어울리는 백치미나 순박미 기타 등등이 되어야 한다. 고고한 기풍으로 천박룩을 시도하면 그런 사람이 시도했다는 것이 격식타파가 되며, 백치미로 천박룩을 시도하면 그런 모양으로 길거리에 나왔다는 것이 격식타파가 된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그런 모양으로 나오면 그저 '비'격식만 될 뿐 격식'타파'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셋째, 트레이닝 복을 스포티룩으로서 격식타파로 쓸 것인지 아니면 진이나 기타 캐주얼 혹은 정장용 아이템과 매치하여 그 부딪힘을 주제로 삼을 것인지를 잘 판단해서 이에 맞게 연출해야 한다. 둘째 조건에서 이도저도 아닌 사람도 츄리닝룩을 단지 일부 아이템으로 잘 활용하면 세련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아래 옷과 가방까지를 스포티룩으로 맞춰 놓고 신발만 쏙, 다리가 좀 짧다는 이유로 멋스러운 스니커즈 대신 가느다란 굽의 하이힐 슬리퍼를 신는다면, 왠지 좀 구차하다. 스포티룩은 '편안함과 활동성'이 그 생명이다. 스포츠하러 가는 게 아니라 외출복으로서 나왔을 때 이미 한번 '격식을 타파'하는 것인데 이를 다시 뒤집어 페미닌한 구두로 타파하는 것은 엔간해선 어렵다.

어느 지점에서 '타파'를 시도할 것인가, 어떤 류의 '부딪힘'을 만들 것인가, 이것을 궁리하지 않고서는 '의도적인' 뭔가를 시도하지 말자. 뭔가를 '타파'하려고 하지 말자. 모르고 따라하는 것, 특히 토탈로 따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신을 알고 패션을 알면 백전백승이나 자신을 모르고 패션을 모르면 백전백패다.

남승희

캠퍼스스타일 Art & Column Fashion 2004. 7

see also 2004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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