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소년과 미소녀의 '차이' (미소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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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미를 인정받는 미소년이란 있을 수 없다. 일반적인 미소년이라는 것도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아름다운 남자라는 것을 선망하는 사람들은 (아
직까지는 적어도) 소수이기 때문이다. 도리어 소수의 지지만을 받는 것을 더욱 자랑으로 삼는 것이 스타일리스트나, 펑크나, 미소년의 일반의식이기도
하다.
아직까지야 한국의 여자들은 상당히 소심해서 마치 결혼을 전제라도 하듯이, 자신을 잘 돌봐줄 타입의 남자, 잘 생기기보다는 적당히 생기고 인간성
이 좋은 남자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수를 차지한다. 배용준이나 박신양, 류시원의 인기를 생각해보라.
이에 비해 남자들은 마누라감으로야 언제나 착하고 부지런한 여자를 원하면서도 뻑가게 예쁜 여자가 생긴다면 모든거 뿌리치고 달려들 성향들이 일
반적으로 인정되어 있다. 남자들의 시선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아름다운 여자'야 갖가지 취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디높은 여자들의 미모의 수준
에 의해 결판나는 것이다. (화장을 벗기면 별로 안 이쁘다고 해도 일단 '시장에 나온' 경쟁상품에 대해서만 상관하도록 하자. ^^;)
그리고 남자들의 시선에 의해 여성 자신의 자의식 '난, 그럴만 하니까' 가 형성된다는 것은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별히 추종자를 거느린 '진짜
공주'가 아니더라해도, 태어나면서부터 조성되는 주위 환경은 충분히 여자를 자신의 미모에 대한 평가에 얽매이게 만든다. 이 객관적 평가에서 벗어나면
'공주병'이 된다. ^^;
그런데, '일반적'이라고 부르는 남자들, 특히 한국 남자들은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자기 명함에 찍힌 직함, 자기 지갑을
열고 나오는 카드의 색깔, 양복이나 차에 붙은 라벨이나 자기 옆에 끼고 있는 여성의 미모에서 자의식 '난, 참 난 놈이야' 가 형성된다. 결정적으로, 자
기가 전혀 잘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미소년의 자의식은 이 남자들과 다르다.
미소년이 미소녀와 아마도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일 것이다. 미소녀는 불평등하고 비틀어진 남녀관계에 대해 전혀 손대는 바가 없다. 미
소년의 존재는 '단지 아름다운 여자를 얻으면 그만인', 능력만으로 평가되는 남성상을 멋대가리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시킨다. 남자야 힘있고 경제력있고
매너좋고 키나 크면 되지, 아름다운 여자를 얻기 위해선 그 이상의 조건- 외모는 별필요 없다는 과거의 남녀차별주의는 지금 이 한쪽에선, 결혼과
(당분간) 상관없이 사는 세계에 있는 젊은이들에게선 우스운 옛이야기가 된 것이다. 도대체 여자는 능력도 인간성도 소용없고 오로지 외모만 중요하냐? 하는 불평불만들은, 이제 안 생긴 남자도 남자냐? 하는 말들이 다반사인, 아
주 공평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여성이 외모의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와지는 대신에, 남성마저 여성과 같은 제약 속으로 들어왔다고 불평할 수 있을까? 여성의 상품화를 근절시키는 일
은 불가능하지만, 남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물론 전망 좋은 업종이 된다. 좋아하는 품목이 하나 늘기는 쉽지만, 인기품목을 보이코트하기란 어려운 일
이니까. 오로지 경쟁 품목으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남성을 대상화하여 즐기는 것이 여자들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당하는 차별과 피해, 불합리의 상처들을 어루만져주지는 않는다. 언제나 원하는
것이 먼저다. 피하고 싶은 것들을 피하는 것이 휠씬 어려우니까.
여성이 독립적이 될 때 '미소년 담론'은 형성될 수 있다. 티비 드라마에서 잘 생긴 연예인들을 보며 만약에 나에게도 저런 미남이,,, 하는 꿈을 잠시
꿔보는 여성들은 미소년 담론의 시초가 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대리만족의 대상으로서 갖는 애정이 아닌 단지 오로지 한결같이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소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한다. 인격적인 애정과 상관없이 눈돌아갈 수 있는, '분리가능한 특화된 애착'
이 주포인트다. ^^*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강한 조건만 구비된다면 미소년 담론은 완성된다. 개인적으로는 천계영의 만화
[언플러그드보이]의 현겸이가 가장 대표적인 전형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미 등장한 와우껌
선전으로 인해 완전히 사회적인 인정을 받았다고 할 만하다. 조그맣고 잘 생긴 얼굴과 하얗고 뽀시시한 피부,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이런 몸매가 아니
면 소화하기 힘든 멋진 패션들, 여기에 곱고 길다란 손가락까지 추가된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는 경지라 하겠다.
미소년의 아름다움은 일반 여성의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성차性差의 문화를 무시하는 전복성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물론 다르겠지만,
남성으로서 출발한 자이기에 지방질이 많아선 절대로 안 되는 가늘고 군살없는 몸매로 승부하는,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소년의 아름다움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참조한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만화계에서부터 그랬는데, 성차性差를 강조하지 않는 대개
의 순정만화의 미소년은 '여자 뺨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것이 정식처럼 되어있다. 만화계에서 전부터 통용되어오던 미소년을 가리키는 말인 '꽃미
남'은 그 유래가 아름다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배경에 뿌려지는 '꽃들' 때문이라고 한다.
성적인 매력에 구체적으로 눈떴기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어린 소녀들의 낭만적인 취향을 만족시키는 이 꽃미남의 전통은, 지금의 미소년으로
도 면면히 이어져 성적인 매력, 혹은 성적 욕구의 만족과는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 경향을 띄는 것이다.
여기서 게임에서 주로 등장하는 미소녀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데, 얼굴만 미'소녀'이지 가슴은 젖소'부인' 수준인 미소녀들이 사춘기 남자들에게 얼
마나 직접적인 성의 환타지의 역할을 할지는 (난 잘) 모르겠지만, 이것이 사춘기 소녀들에게 꽃미남 캐릭터들이 갖는 환상적인 이미지와는 아무래도 그
차원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여자들 역시 시각적인 매혹에 반응하며, 사회적으로 남성의 성적 매력을 풍기는 이미지들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더욱 그런 경향을 띄어가겠지만, 미
소년의 작용은 분명히 성적인 것 이전에 미학적이다. 바로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에 따라서 같은 '시선'의 대상이라도 여성과 미소년의 지위와 의미는 전혀 다르게 된다. 미소녀는, 본래 미소녀의 전통이 시작된 일본 만화, 게임의
쭉쭉빵빵의 미소녀류와 한국에 근래에 이르러 H.O.T의 여성판으로 만들어진 S.E.S와 그 후속 미소녀류가 다르다.
일본류의 미소녀는 일반여성의 대상화의 운명을 그대로 따라가며 증폭하지만, 한국의 미소녀 그룹은 먼저 나간 미소년의 전통을 어느 정도 답습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섹시한 매력을 강조하지 않는 선에서 전략을 짜게 되며 따라서 미소년과 비슷한 선망의 대상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미소
년 전통보다 오래된 '순수한 소녀상'의 전통을 차용했다고 봐도 좋다. 어쨋거나 가요계 자체의 선후라는게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한 전통인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더욱 지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은 단지 미소녀일 뿐, 어떤 파괴나 전복을 가
져오는 전사이거나 하다못해 포크가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1999.8.24
->여성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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