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악덕 표절업자를 고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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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표절은 다 나쁜 것이다. '악덕'이란 수식어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윤리적으로
단죄받아 마땅한, 이란 뜻을 품고 있고, '업자'란 전문적이고 상습적으로 거래하는
상업인을 말한다.
나 스스로 작곡을 하고, 락밴드를 하는 입장에서 난 표절 문제에 어느 정도 민감하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작곡가 스스로가 피해 가야할 '어려움'이나, 여기 한국에
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대중음악계를 온통 다 해먹는 대공업적 가요산업의 고질적고 잘
확립된 '버릇'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버릇에 익숙한 대공업자들이 어떻게 다양한 개성의
음악들이 발화하는 것을 잡아누르고 가요의 획일화를 획책함으로써 한국 음악을 십년 이상
뒤로 후퇴시키는 '군대' 못지 않은 역할을 하고있는가를 생각하면, 한마디 말을 아니할 수 없다.
사실 작곡을 직접 하는 사람들은 표절을 피하는 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쉽사리
표절에 대해 나서서 비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표절을 피하는 일도
일종의 능력으로, 반드시 작곡 능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듣기 좋은' 멜로디라는 것은 왠지
'어디서 들어본듯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실제로 표절이라고 할 정도의
심각한 닮음인지, 아니면 단지 부분적으로 닮은 것인지 판단하기란 썩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곡가의 윤리로써 내 곡이 혹시 표절은 아닌지 뒤져보고 확인해보는 '세심함과
완벽성'이 요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건 상당히 귀찮은 일이겠지만,
만약 음반을 내서 경제적인 이득을 볼 작정이라면 이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의껏 검색을 해봤는데도 몰랐던 표절이 나중에 드러난다면, 그의 '완벽하지 못함'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정신'이 부족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뻔하디 뻔한 서양음악의 하모니 몇줄, 리듬 몇개 안에서 '좋은' 멜로디를 뽑다보면
간혹은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이므로 작곡가로서 '양심없다'는 비난은 할 수 없다. 윤리적 경제적 책임은 면할 수 없지만.
절대 용서가 불가능한 것은 '의도적인 표절'이 될 것이다. 많은 표절작의 경우, 어쩌다
비슷해진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의도적으로 베껴넣은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음악을 많이 들은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15마디까지는 같고 16마디째
다르다고 해서 표절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인간의 머리는 그렇게까지 둔하지 않아서,
만든이가 둔해서 혹은 게을러서 다른 곡과 비슷해진 것과 파렴치해서 다른 곡을 교묘히
따온 것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대개는 그렇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댄스음악계를 평정한 원칙은 적당히 잘생긴 아이돌 스타와 현란한 의상,
춤, 그리고 적절한 표절음악이다. (발라드라고 제외되는 건 아니고) 표절이 하나의 흥행
기술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이곳의 웃기지도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맨날 문제가
불거지는 h모그룹뿐만이 아니라 유행을 타는 많은 댄스그룹들, 가수들의 노래들은 현재
유행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히트작들을 흉내내고 베끼고 짜집기하는 기술로써 사활의
승부를 건다. 심지어는 '표절전용기계'에다가 외국에서 최신 유행하는 곡들을 집어넣어
한국 저작권법에만 안 걸리는 마디수 안에서 잘라붙이는 '모사단'의 비법마저 벌써부터
공공연한 비밀도 아니게 되어있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중가요계의 거의 전체를 해먹는 주류들이 이렇게 버젓이 조직적으로
도적질을 해먹을 수 있을까? 뭐 이 나라는 윗대가리부터 말단까지 권력
꼬투리만 있으면 남의 돈을 빨아먹고 사는게 일반적인 곳이니 '정황적으로' 이해는 된다.
남보다 별나게 뻔뻔스러운 개인적 특질이 간혹가다 표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대박'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위험수위를 넘어가는 표절을 양산해야한다. 혹시 걸리면
무마하는 방법 역시 회사 차원에서 만반의 태세로 갖추어져있다. 현재 한국의 대중가요계
주류는 표절을 '필수요건'으로까지 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필수'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빠지면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공업자들의 능력이란건 유행의 흐름을 잘 간파해서 그에 딱 맞는 수준의 잘생긴 스타와
이미지 메이킹, 비스름하나 한국적인 음악을 잘 버무려 각종 매체를 통해 열심히 띄우는
것이다. 표절을 필수로 한다는 것은 즉 '잘 흉내내기'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그 기술부족을 메꾸기 위해, 또는 더 싸게 먹힌다는 이유로, 노력보다는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의 정신으로 손쉬운 표절을 택하는 것이 관례화되어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절을 피해가기 위한 노력을 과도하게(?) 하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실례로 주류 음악 대공업자들 중 양대산맥을 형성하는 d기획의 메인
그룹들에서는 그다지 표절문제가 불거져나온 적이 없다. 그것은 언제나 '표절이라기엔
아리까리한 수준' 정도로 잘 조절해서일 수도 있고, 기도 안 차는 s기획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닌지 d기획사는 언제나 s기획사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것은 기획사들 사장이나 혹은 작곡가들 개인의 뻔뻔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윤리적 문제만은
아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최적의' 분업체계가 이를 부추기는 것이다. 작곡가는 돈받고
써달라는 대로 만들어줄 뿐이니 죄가 없고, 아이돌 스타는 자기들이 쓴 곡도 아니니 죄가 없다.
기획사는 작곡가가 그렇게 해놓은 것이니 역시 죄가 없다. 돈 많이 버는 건 죄가 아니니깐.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자기 음악'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자기꺼든 아니든 돈만 벌면
되는거니까, 상관을 안 한다. 그리고 그 자기 것이 없는, 즉 영혼이 없는, 진짜가 빠진,
그럴싸한 외관의 적당히 좋은 음악을 한국사람들은 늘 거리거리에서 '환경으로서' 들으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민감한 사춘기 시절 이런 음악들에 마음을 뺏겨
자신이 속고 사는 줄도 모르고 '청춘'을 바친다.
모든 가수가 작곡을 할줄 알아야 하고 혹은 밴드를 이루어 음악성을 보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곡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노래 잘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얼굴만 잘난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가수가 노래를 별로 못 한다는 건 결코 자랑이 아니다. 가수로서는
별볼일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끈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가요계의 우스운 점은 그것을 마치 아주 자랑스러운듯이, 까놓고
양성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모 일간지에 실려 한동안 pc통신을 온통 달궈놓았던 s기획사
사장의 립싱크에 대한 언변은 기가 막히기 그지 없는 뻔뻔함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고있는데,
한 마디로 립싱크도 예술이며 자기네 그룹은 새로운 장르를 열어제끼는 전사들이라는 것이다.
가수를 무조건 노래 잘 해야한다는 기준에 맞춰 보지 마라, 춤 잘 추는 것도 엔터테인먼트니
립싱크도 예술이며 성대보호를 위해서라도 립싱크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격한 춤동작에 잦은 공연으로 젊은 나이에 관절염에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엔터테이너들은 성대만 보호할 권리만 있고 관절을 보호할 권리는 없단 말인가? 너무 뻔한
핑계가 아닌가? 춤이나 출 줄 알지 노래는 못 하기 때문이 아닌가? 노래는 아무리 못해도
음정만 맞춰 최대한 잘 부른 부분만 모아서 각종 이펙트를 동원하여 프로듀서의 신에 가까운
실력으로 뽑아내면 되지만 춤은 아무리 현란한 기법을 동원하여 뮤직비디오를 찍어도 공개방송에
오면 얄짤없이 라이브로 보여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춤을 춘다고 노래를 못 한다면 사실 댄스가수로서는 역부족이다. 마돈나를 보라! 그 격렬한
춤동작을 하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노래를 해내지 않는가?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가수가 되는게 아닌 것이다. 피나는 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재능이 없다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없고, 그렇다면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놈의 나라는 립씽크로도 모자라서 세계적인 밴드의 유명 히트곡을 표절해서
불러제끼는 정신나간 것들이 최고의 그룹이라는 칭호를 받고 한국가요계에 공헌 많이 했다고
상까지 받다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분업체제가 그렇게나 효과적으로 돈을 벌어들인다면,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이 자기
영혼을 쏟아부어 만든 작품을 전문적으로 갖다베끼고는 지네꺼라고 우기는 짓거리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노래를 못 하면 가만히나 있지, 잘난 척 새로운 장르라고 떠벌이는 것
또한 용서할 수 없다.
16 마디가 같지 아니하니 표절이 아니다고 선언하여 유명해진 h모그룹과 s모기획사는 수많은
폭로와 질타, 저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법제하에서는 표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만만~하고 깨끗한 척을 하지만, 만약에 미국에서 제소가 들어와 국제법을 들먹일
때가 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얘기가 전혀 달라질 것이다. 여러분은 얼마전 한 세계적인
뮤직비디오 어워드에 아시아 부문 후보로 진출한 문제의 h모그룹의 노래가 어떤 독일
음악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중간 탈락이 된것을 아시는지. 위대한 s모기획사는 대단한
빽을 동원하여 이 사실을 쉬쉬하였다고 한다.
어떤 땐 서태지가 미워만진다. 분명 그가 한 짓은 랩과 메탈을 접목하는, 당시 한국에선
획기적인 시도였고, 그가 만든 것은 노래와 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강력한 감수성의
전달체계였고, 훌륭했다. 그러나 그는 한번 크게 치고 빠져버렸고, 그의 성공사례를
본받아 몇년째 한국대중음악계는 똑같은 시스템으로 점점 더 어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점점 더 어린 엔터테이너들을 착취한다. 그한테 책임을 전가할 수야 없겠지만, 서태지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계가 후퇴만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홍대씬을 중심으로 한 언더그라운드의 바람이 불었다지만 아직도 질이나 양이나,
제대로 영향을 미친 건 없다고 본다.
한국의 대중음악계가 좀 제대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댄스, 발라드, 뽕짝 외에
음악을 인정하지 않는 기형적 대공업 독점구조를 패배시킬 무언가가 필요하다. 재벌해체
한다지만 뭐가 제대로 되는건 별로 없는 거 같고 부익부 빈익빈만 심해지는 한국 사회의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 '정황적으로 보아' 음악계 역시 그다지 별로 희망적이지 않을 것같다.
그러나 최소한 십여년 전의 팝방송 말살정책으로 무조건 '키워주는' 바람에 수준없이
비대해지만 한 국내가요계에 일본음악이 들어와서 그 엄청난 수준으로 제대로 강타를
먹여주기라도 했으면 하는 기대는 한다. 한번 망하고 나면 정신을 차릴 수도 있으니까.
극약처방이랄까 전화위복을 기대해보는 마음이다.
이제 일본음악이 개방됨으로써 최소한 일본음악 표절만큼은 철퇴를 맞고 죄값을 치루고서
사라지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저 미국 대륙 구석의 인디밴드도 아닌
세계적인 밴드의 음악을 겁없이 표절하기도 하는 간비대증환자들이 일본음악이 개방된다고
지버릇을 개줄까 싶은 근거있는 염려야 크다.
-이 글을 쓰는 도중 만화가 유시진과 김진 등의 만화와 그외 여러 소설들을 그대로 갖다베낀
소설의 사건이 터졌다. 정말 웃긴다고 생각되는 것이, 이 소설?를 쓴 작가(? 그는
소설가도 아니겠지만 표절가도 못 된다. 그렇게 뻔히 눈에 보이는 표절이라니..-.-;)는 고등학생인데
어린 나이에 직설적 문장과 표현력을 지녔으며 서태지를 좋아한다고
한다. 요즘 댄스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안 물어봐서 모르겠지만, 맨날 주위를 둘러싼 표절음악만
듣고 살다보면 사춘기 시절의 예민한 감수성은 표절에 대해 아무런 가책을 못 느끼는
둔치로 형성되는 것인가? 아마도, 주위에서 언제나 표절에 대해 말은 많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최고로 떠받들려지는 모습에 익숙해져 자신 역시 그것을 따라가려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야간비행]의 표절사건에 대해서... ->
야비공위
1999.10.19
->십대문화와 표절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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