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와 이에 걸맞는 패션 스타킹이 유행해서 아주 즐겁다. 90년대 후반 복고풍 분할선이 유행할 때 간헐적으로 나타났던 미니스커트와 까만 스타킹의 조합이 이번 가을 겨울 패션에서 만발했다. 특히나 90년대 상반기 잠시 유행했던 플리츠 미니스커트에 긴 양말 패션이 화려하게 재등장해서 즐거웠는데, 너무 유행하는 바람에 아무 다리나 그렇게 입고 다녀서, 또 일부 열혈 여성들이 한겨울에도 그렇게 입고 다녀서 안쓰러움과 괴로움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아무리 패션이 좋아도 철을 따지고, 몸매도 따지고 입자. 한여름에 가죽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과는 멋을 논할 수 없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는 맛을 논할 수 없는 법이다.
겨울 미니스커트에는 역시 부츠가 제격인데, 모양이 제한이 많다. 나처럼 발이 길쭉한 여자들도 부츠 좀 신어보게 맞춤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1, 2년 전부터 유행한 토슈즈 느낌의 신발들도 좋다. 라라 플린 보일(Lara Flynn Boyle)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발레슈즈를 신고 나타나면서 유행에 불이 붙었다. 볼이 작고 뒷굽이 매우 낮아서 나 같은 발도 신을 수 있다는 것이 아주 고무적이다. 유행할 때 얼른 사놓아야겠다. see also 유행할때입자와유행할때사자
헤링본 코트가 오랫만에 돌아왔다. 대략 십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이번 해에 재평가된 듯 하다. 약간 투박하면서도 든든한 느낌이 클래식하고 영국스럽다. 오래도록 입어도 싫증나지 않을 푸근함과 격조가 있어 좋다.
2, 3년간 계속되던 단추 감추기 패션이 이제야 지겨워졌는지 쑥 들어가서 다행이다.
레이첼코트와 털 달린 청자켓이 2003/4 겨울엔 쑥 들어가서 놀랐다. 한국의 패션 시계는 이탈리아나 일본과 거의 일치하는 듯 싶다. 아무튼 나는 앞으로 유행 상관 않고 털 달린 청자켓을 입을 예정이다. 워낙에 예쁘게 달린 토끼털인데다가 가짜털처럼 변형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모자가 제법 다양해졌다. 봄에 산 독일산 테이프 모자도 매우 훌륭했지만, 겨울 모자들도 한동안 보이던 캐주얼 일변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듯하다.
애교머리(뱅스타일). Janeane Garofalo가 청춘스케치에서 왠지 파격적으로, 달걀형의 조그마한 얼굴도 아니면서 애교머리를 하고 나온 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그후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에서 Iben Hjejle의 매우 짧은 애교머리까지 나왔다. 물론 알리사 밀라노의 애교머리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