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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PD수첩 피디 2010 더팩트

한국에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책.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경제시평을 받아보고 있다면 꼭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번 볼 만하다. 요즘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좀더 알고 싶다면 <위기의 한국경제>, <최진기의 생존경제>, <인플레로 돈버는 사람들>도 추천하고 싶다.

나는 2008년말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와 부동산대폭락시대가온다?를 본 후 정신이 번쩍 들어 그후 김광수 경제연구소가 낸 책만 10권은 사들일 정도로 경제공부를 열심히 했고,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경제시평도 구독하고 있다. 그래서 하우스푸어의 내용이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의 수익율 분석이라든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부동산 거품붕괴의 과정을 앞서가며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예도 좋았고, 언론과 정부가 어떻게 중산층을 부동산 거품의 제물로 바치고 있는가도 잘 보여주고 있다. 증거가 되는 사실(팩트)와 집 가진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의 생생한 육성이 적절히 조합이 되어있는 것 같다. 부동산 세대론도 새로움이 있었다.

나로서는 내 친정이자 나의 아동기 후반과 사춘기, 질풍노도의 청년기 동안 '나의 동네'였던 역삼동 개나리 아파트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우리집은 5층짜리 단지여서 다행히(십년이나 끌긴 했지만)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었지만(지금까지로 보면 남긴 많이 남았다. 집은 깔고 앉는거라서 진짜 남는 장사인지는 나중에 팔 때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엄마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집값이 고점 대비 절반으로 꺽여야 정상이라고 누누히 얘기하신다.), 길 건너 고층아파트(지금은 15층 미만은 중층 아파트라고 부른단다.)인 5단지 재건축은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폭력적인 철거과정을 겪으면서 전세금을 빼줄 능력도 없었던 한 집주인이 자살했다고 한다.

도대체 집이 뭐길래, 아파트가 뭐길래 이렇게 사람을 죽일 수 있나, 모르겠다. 인간의 욕심이 적절한 브레이크를 달지 못 하고 달리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가 죄가 많다.

나는 그래도 나의 사춘기를 보냈던 그 대단지 아파트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황량하고 막막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서는(재건축 한다고 이사 나간 다음부터) 개나리도 목련도 벚꽃도 아름다운, 사람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재건축을 한 후 요란하게 럭셔리티를 내며 목 아프게 높이높이 올라간 모습을 처음 보고 어처구니 없고 사람 살 데가 아닌 것 같고 옛모습이 아쉽고 했지만 그래도 남은 한 가지 요즘의 브랜드 네이밍 시대에는 없는 낭만이 서린 개나리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웠는데, 대단지 아파트를 마구지어대던 그 시대의 이름짓기 센스에 뿌듯해했었는데 말이다. 나는 개나리라는 예쁜 꽃이름을 지닌 아파트에 살았었다고 말이다. 그 옆에는 진달래 아파트도 있고, 더 가면 목련도 무지개도 있었다 말이다.

삭막함을 이름으로 가릴 순 없었나 보다. 사람이 사는 내 집이라는 것이 마당에 꽃을 가꾸며 옆집 친구가 놀자고 대문을 빼꼼히 열 수 있는 그런 집을 말하는 것이지, 내 집이 302호인지 402호인지 헷갈리면 숫자 하나를 틀리면 전혀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누르게 된다는 사실에 놀라고 긴장하는 어린아이에게 아파트는 그다지 집다운 집이 되어줄 수 없던 것인가보다.

아파트 대단지를 만들어 중산층을 밀어주고, 여공들의 피땀어린 수출품을 팔아 기반을 쌓은 한국 경제의 호황기의 혜택을 일부 계층, 일부 세대에게 몰아주고, 그렇게 컸던 한국 경제가 이제 더 이상 그런 시절이 없음을 아직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을 때, 그들의 인생과 땀과 돈과 희망을 한 방에 몰아 마지막 폭탄을 돌리는 중이다. 정부 혹은 MB정권, 언론, 재벌, 그들만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을 살지웠던 기반들은 누군가의 땀이었고 엄마네 고층아파트의 말도 안 되는 가격은 누군가가 대신 지불해줄 미래인 것이다. 그들이 괴물이 되어갈 때, 우리는 무엇으로서 남을 수 있는가?

(누군가의 땀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이십대는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다. 이제 조금 뻔뻔함의 면역이 생기고, 세상보다 내가 중요하고 내 가족이 제일 중요할 정도로 나도 '진보'했지만, 누군가의 미리 당겨쓴 미래에 대해서는 이제 막 알기 시작했다. 애 키우는 것만으로도 휘청이고 있지만 나는 계속 공부하고 묻기를 계속할 것이다. 느리더라도 말이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단지 알고 싶으니까. 나를 지키기 위해 세상일에 눈감고 사는 회피모드에서 이젠 좀 되돌아오련다.)

이제 나에게 개나리라는 이름은 더이상 어린시절의 향수가 어린, 그래도 추억할 거리가 있는 독재개발 시대의 작은 낭만으로서 아름답지 못하다. 우리가 알던 세상이 붕괴하는 2000년대의 '한'('가장'조차 아니다.) 잔인한 단면에 영영 붙들린 이름으로 부끄러울 것이다. 제발 '영영' 붙들리지는 않기를, 다른 것들이 그랬듯 퇴색하고 변질되고, 모든 것이 잊혀져도 그저 살아남기를 사실 난 바란다.

벌써 연초에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부동산 '붕괴'를 경고했다. 나는 올해를 지켜보기가 상당히 무섭다. 2012년까지 밀려날 수도 있으려나? 이제 좀 있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아마 줄줄이 나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늦지 않게 알아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하기에는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있다. 이런 문제는 참 어려워서 난 내 언니가 집을 사는 것도 말리지 못했다.(그나마 언니가 사는 곳이 부산이라 피해가 덜할 것이라서 다행이다.) 내가 좀 겁이 많아서, 극단적이어서 이렇게 무서워 하는 것이고, 실제로 전개되는 것은 좀 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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