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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이지 모자를 좋아한다. 지금과는 정반대로 패션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으로 살던 고딩때부터도 모자는 쓰고 다녔다. 옛날엔 자외선차단제가 지금처럼 좋질 못 해서 마구마구 번들거리고 끈적이고 한 마디로 엔간히 땡볕에 오래 나갈 일이 아니면 피부에 바르기가 싫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미용에 매진하는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모자를 썼다. (썬글라스 살 형편도 아님은 물론이다.(예전엔 눈이 나빠서 싸구려 썬글라스는 살 수 없었다.)) 그리고 유행하는 물건이 아니면 도저히 구입이 어려운 한국의 사정에 걸맞게, 내 맘에 드는 저렴하고도 예쁜 모자란 것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모양은 적당히 타협해 버렸고, 학교친구들은 모자 쓴 나를 보면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하면서 장난을 쳤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이지 웃음이 나올 정도의 패션 무풍 시대였고 또 어떤 면에선 그립기도 하지만, 어쨋거나 '다 큰 나'가 언제까지나 야쿠르트 모자를 쓰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대학에 간 다음에는 밀짚 모자로 옮겨갔다. 내가 밀짚모자를 쓰고 신촌을 누비고 다닌 다음해부터인가, 모자가 유행하기 시작해서 몇년간은 많이들 쓰고 다녔다. 그러나, 멋으로만 쓰는 모자가 늘어난 것이 또 괜찮은 모자를 찾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즉 챙이 충분히 넓어서 얼굴과 목, 어깨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모자는 여전히 찾기 힘든 것이다. 그 점에선 모자 유행이 잠잠해진 그 다음 한참동안과도 비슷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양산!으로 매진했다. 차마 꽃무늬 양산은 들 수 없지만, 때깔이 예쁜 우산을 양산으로 쓰고 다녔다. 이때는 패션과 미용에 신경 꽤 쓰는 시기여서 자외선차단제 필수, 썬글라스 필수, 마로 된 얇은 겉옷 필수로 여름을 지냈다. 여름에 마나 얇은 면으로 된 겉옷은 꽤 유용하다. 팔이 타는 것도 막고 지하철처럼 냉방이 센 곳에 들어갔을 때도, 밤이 되어 추울 때도 유용하다. 예전엔 몸이 약해서 에어컨 바람을 못 견디고 목이 아파지곤 했다. 그래서 얇은 겉옷과 손수건 필수!로 지냈다. 손수건은 땀을 닦는 데만 쓰는게 아니라 예쁘게 접어서 목을 감아 보호하는 데 쓴다. 지금은 기천을 몇년 하다보니 몸이 튼튼해져서 옛날처럼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쓱 구겨서 백 속에 넣으면 자리도 얼마 안 차지하기 때문에, 작년에 나프나프에서 산 기특하고도 예쁜 노란 아사면 잠바를 매우 유용하게 입고 있다.

진짜로 예쁘고 실용적인 모자를 사 쓰게 된 것은 채 몇년이 되지 않았다. 2003년에 카운테스마라에서 독일산 테이프 모자를 구입한 이후, 나는 예쁘다라는 성질과 실용적이다라는 성질이 한 제품 안에서 통합될 수 없다는 모든 패션계의 변명이 단지 헛거로 들리고 있다. 이렇게 예쁘면서도 이렇게 편한 모자가 있는데! 지금까지 없이 살았던 서러운 시절은 이제 안녕!이다. 그후 luielle 같은 매우 비싸고 딱 내 취향인 로맨틱한 브랜드를 알게 되어 매우 버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간편하고도 멋진 해답인 테이프 모자의 위력이란 것은... 대단한 것이다. 작년에 카운테스마라 떨이 매장에서 만 5천원인가 2만원 주고 산 청색 테이프 모자의 값어치란, 구매 가격의 스무배는 넘는 것 같다. 예쁘고 편하며 때도 안 타는! 정말 착한 모자다.

그래도 거리를 보면 모자를 쓴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따가운 햇살 아래 소중한 자기의 머리와 머리카락, 얼굴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주류' 패션이라니 참 유감스럽다. 아직까지는 모자의 멋과 유용성, 그리고 피부관리의 기본을 잘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야구 모자나 거의 챙이 없는 낚시 모자 아니면 패션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등산 모자밖에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중절모라는 훌륭한 19세기의 유산이 있는데, 이걸 할아버지들만의 패션으로 남겨두어야 하다니. 젊은 남자들이 꽃만 달게 아니라 모자도 부지런히 개발해서 패션과 미용 복지 모두를 추구해주었으면 싶다. 여자들은... 양산 쓰기 싫은 여자들은 물론 아리따운 모자를 써야겠다. 나는 바람에 날아갈 걱정이 없는 모자를, 최종적으로 만나고 싶다.

남승희

패션이야기 2005.5.30

PS. 요즘 은근히 밀짚모자가 유행하는 듯싶다. 옛날 생각이 나며 즐겁다. 구멍이 숭숭 뚫려 '햇볕 가리기'라는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챙이 큰 밀짚모자에다 커다란 리본을 달아 턱 밑에 묶고서 작은 아씨들의 조 흉내를 내보고 싶은 로망이... 꿈틀꿈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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